요즘 TV들간에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기 史劇들을 보면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는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극적 전개과정에서 `만약 저 때 이렇게 되었더라면…"" 하는 가정과 상상을 통해 나름대로 역사를 재구성해 보기도 하고 때론 오늘의 시대상황을 대입하여 비교해 볼 수도 있다는 데서 사극의 묘미가 있는 듯하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 Carr: 1892~1982)는 그의 실용주의적 역사관을 보여준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때로 과거의 기록인 역사를 통해 현재에 발생하는 문제의 해법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에서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라는 범주에서 더 나아가 선인들이 후인들에게 주는 지혜와 교훈의 전달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예를 그대로 답습하자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담겨있는 메시지와 시사점을 찾아내 오늘의 시대상황을 타개하고 개선해가기 위해 원용하려는 철학이 필요하다 하겠다.
 선인들이 역사를 통해 남긴 교훈들을 현실에 활용하고 과거의 실패사례를 거울로 삼아 비슷한 과오는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과거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해 봄으로써 슬기롭게 현실을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역사의 교훈을 오늘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세 단계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역사의 기록·보존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박물관에 가보면 유명 인사들의 어린 시절 세례증명서에서 편지, 일기장 등 우리 생각엔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기록과 소장품들이 꼼꼼하게 보존되어 있는가 하면 자기 분야에서 이루어진 작은 전문지식이라도 책으로 남겨놓은 것들을 보게 된다. 역사는 기록을 기초로 하고 거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둘째, 역사자료의 공유·정보화가 필요하다. 자료수집을 위해 외국 기관을 방문하면 같은 목적으로 그 기관을 방문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직책과 이름, 방문시기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리스트까지 제시하면서 옛날에 조사해간 자료는 어떻게 했는지 되묻는 그들의 질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막상 귀국해서 앞서 다녀온 이들이 수집해 갔다는 자료를 찾다보면 그 자료나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데서 우리 기록문화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자료를 이용함에 있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 바로 선 역사의식이 없을 때는 눈앞의 현실에 우왕좌왕하고 임기응변적인 대증요법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IMF 한파""가 먼 옛날의 잊혀진 사건으로 추억될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다시 현실의 문제로 닥쳤을 때 참고가 될 수 있는 자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혹시나 외환위기 당시와 관련된 깊이 있는 자료를 우리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로부터 교훈을 들어야 하는 부끄러운 일은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기원전 18년경 비류백제의 도읍지 미추홀에서 1883년 제물포 개항으로 한 때 구미열강의 군사적 요충지이자 각국의 정치외교활동의 중심무대가 되었던 인천의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가져보자. 백제가 중국 동진과 통교를 시작한 근초고왕 27년(372)부터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개로왕 21년(475)까지 중국을 왕래한 사신들의 배가 출발했던 나루터인 능허대 자리가 어디에 남아있는지 한번쯤 가 볼 일이다. 향토사에 대한 자긍심에서 애향심과 지역단결이 비롯된다는 점에서 대우자동차 문제 등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지역 주민들이 지역 역사에 보다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제2의 개항이랄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맞은 새로운 미래를 활기차게 열어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석학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는 `역사의 교훈""이라는 저서에서 전 인류가 역사에서 배운 분명한 교훈의 하나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노예로 삼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록 잘못된 제도의 역사지만 이를 통해 인류가 자성의 교훈을 얻고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역사가 인류문명을 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됨을 피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