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예산 66% 이상 식자재에...학생 8만명 혜택 '눈치 볼 일 없어'
▲ 인천지역 중학교 첫 무상급식 시작일인 2일 남동구 구월동 정각중학교에서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2017년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정각중학교.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급식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천지역 135개 중학교 학생 8만588명 전체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이 시행됐다는 점만 제외하면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학생들의 급식판에는 바삭하게 튀긴 돈까스, 두부가 들어간 된장국, 김치가 올라갔다. 후식으로는 학생들의 취향을 고려한 달콤한 초코케이크가 준비됐다. 무상급식이라 급식의 질이 떨어지진 않을까했던 우려는 접어도 될 정도였다.

각 학교는 전체 무상급식 예산 중 66% 이상을 반드시 식자재에 써야만 한다. 정지원 정각중 영양사는 "식자재에 쓰는 예산 비중이 높아졌다. 오히려 무상급식 시행으로 메뉴가 더 다양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들을 최대한 많이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무상급식 시행으로 변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김건희군(16·3학년)은 "부모님의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줄었다. 모두가 무상으로 급식을 먹을 수 있어 기쁘다"라며 "메뉴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도 무상급식 시행을 반기고 있다. 자칫 급식비를 내는 학생과 내지 않는 학생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트거나, 차별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시행 덕분에 낙인효과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박미향 교사는 "굳이 저소득층이 아니어도 갑자기 가정 사정이 나빠지면서 급식비를 못내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라며 "학부모와 학생, 교사 모두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무상급식은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됐다.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정책이 유권자에게 큰 지지를 받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초등학생에게만 제한적으로 혜택이 돌아갔다.

상황이 극적으로 바뀐 때는 지난해 10월이다. 인천지역 중학생 무상급식 실시율이 14.8%로 전국 최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591억원을 투입해 무상급식 비율을 100%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한다. 이번 전면 시행으로 각 가정은 초등학생 자녀 1명 당 54만원, 중학생 74만원을 급식비로 지원받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박진영·김신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