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50돌 특별공모 당선작...금태현 장편소설
▲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금태현 창비 276쪽, 1만2000원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창비·276쪽)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이다. 필리핀과 일본을 배경으로 갓 스무살이 된 주인공 코피노가 사랑과 가족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심사평 그룹은 "이야기를 잇고 끊는 고유한 리듬을 조성하며 담담한 듯 노련하게 서사를 이끈 점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경계 위에서의 삶을 이례 없이 담백하게 다루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랑과 가족애를 우리 앞에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고 밝혔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코피노'다. 코피노가 주인공인 소설이라고 하면 '코피노의 아빠 찾기'나 양육비 소송과 같은 최근의 이슈일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주인공 '하퍼'의 한국인 아버지는 도망친 것이 아니라 필리핀에서 어머니와 삼겹살 가게를 하다가 병으로 죽었다. 어머니는 일본에서 재혼해 후쿠오카에 살고 있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하퍼는 망고스퀘어에서 마약 배달, 소매치기, 불법 영상 업로드 등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는 코피노이기 때문에 하퍼에게 일어난 일은 아니다. 하퍼가 직면한 삶은 코피노라는 단어에 가둬두기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치열하다.

책에선 파란만장한 스무살 청년의 홀로서기의 과정이 잘 드러난다.

돈을 많이 벌고, '미인대회에서 우승할 만한 여자'와 만나고 싶어하는 평범한 세부의 스무살 하퍼는 우연히 '베렌'을 만난다. 하퍼와 베렌이 함께 떠나는 여행의 목적지로 일본을 선택하고 서울을 경유하게 된다.

"엄마가 살고 있다는 후쿠오카 가기 위해선 마닐라나 서울을 경유해야 한다. 서울을 선택했다. 다른 짐은 없습니까? 검색대 직원이 물었다. 짐이 될 만한 건 없었다. (…) 공항 안에서 30분 정도 걷다가 후꾸오까로 날아올랐다. 아버지가 살던 나라와는 한시간 정도 스칠 인연밖에 없었다. 인간은 몇살 때부터를 기억하는 걸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130쪽)

일본의 시골집을 배경으로 하퍼의 어머니 그리고 그녀가 재혼한 일본인 남편을 만나러 간 하퍼와 베렌은 이제껏 망고스퀘어에서 홀로 서 있던 '단독자'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변모한다. 베렌은 하퍼의 어머니와 세부의 추억을 공유하고, 하퍼는 일본인 새아버지와 매일 대나무숲을 산책하며 새아버지를 받아들인다.

한편 어머니로부터 처음으로 한국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하퍼에게 친아버지는 이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하퍼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 종국에는 베렌의 가족까지 포함하게 된다.

금태현 지음, 1만2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