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용 경기북부경찰청 경사
▲ 최운용 경기북부경찰청 경사

과거 대규모 집회는 '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집회측과 경찰 간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집회현장은 점점 과격해지고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그래서 1995년 5월 국내에서도 집회·시위 상황에 폴리스라인이 도입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폴리스라인은 범죄현장 등 각종 사건 사고 현장에서 증거손실과 안전확보를 위해 사용됐다. 하지만 현재는 집회·시위나 행진구간을 일정하게 설정한 띠 등의 경계표시 역할을 하는 '질서유지선'으로 더 사용된다.

'질서유지선'을 경찰에서 설치할 수 있도록 근거한 법률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다. 해당 법 제1조는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질서유지선은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법적 장치인 것이다.

과거에는 질서유지선을 침범해 경찰과 대치하고 폭력과 무질서로 언론과 국민에게 관심을 이끌어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켜온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온라인 소통이 발달하면서 진실을 감추기가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아무리 좋은 주장이라도 법과 원칙에 맞지 않으면 국민에게 인정받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집시법에는 폴리스라인 침범 시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는데 그치는 반면 미국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시 체포한다. 영국은 벌금형 또는 3년 이하 금고에 처하며, 프랑스는 조짐만 보여도 강제해산 명령을 내린다. 또 독일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일본은 경고 후 불응 시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등 선진국들은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폴리스라인 준수 여부와 경찰의 대응방식은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경찰에서도 '준법보호 불법예방'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 질서유지선을 단순 침범하는 경우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경찰의 움직임은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해 시행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질서 유지선'은 넘어야할 선이 아닌 우리 모두 지켜야할 선이며 선진 집회·시위 문화에 한 걸음 더 전진해나가는 시발점임을 기억해야 한다. /최운용 경기북부경찰청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