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혼혈·귀화' 대거 출전 예상...김마그너스·이미현 태극마크 유력
▲ 김마그너스(18)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 동계청소년올림픽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프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주최국 러시아의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른 안현수(31·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기존의 국가대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종의 변곡점이었다.

한물간 선수로 취급을 받던 안현수는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로 변신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한민국 대신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그의 모습은 이제는 국가가 불러주지 않으면, 원하는 국가를 스스로 찾아다니는 시대가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더 큰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혼혈 선수와 귀화 선수가 대거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스포츠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 강고하게 버티는 순혈주의를 깨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 스포츠에 다문화, 다국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18)는 지난 13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제2회 동계청소년올림픽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프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스키 종목에서 처음으로 나온 금메달이다.

김마그너스는 아버지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KOREA'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설원을 질주했다. 노르웨이와 한국의 이중국적이었던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어머니의 나라 한국 대표를 선택했다.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의 이미현(21)은 해외 입양아로 올림픽 메달을 따낸 토비 도슨처럼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을 꿈꾸고 있다.

돌도 되기 전에 미국으로 입양된 이미현은 지난해 12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이미현은 국내 여자 선수 최초로 18일과 20일에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리는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경기에 출전한다.

반면 재미동포 클로이 김(미국)은 지난 15일 열린 동계청소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3살이던 2013년에 미국 국가대표로 뽑일 정도로 일찍 두각을 나타낸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개최국 자동진출권을 확보해 사상 최초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는 남자 아이스하키는 이미 캐나다 및 미국 국적 선수 4명을 귀화시킨데 이어 추가로 선수 2명의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인식에서 유연해지게 된 계기로는 한국계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40)가 꼽힌다.

워드가 미국 스포츠 꿈의 제전으로 불리는 2006년 미국프로풋볼(NFL) 챔프전인 슈퍼볼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43야드 터치다운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자 한국계 혼혈선수의 성공신화에 한반도가 들썩였다.

물론 '다문화·다국적 코리아'가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케냐 출신으로 한국 국적 취득을 추진하는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가 약물 전력 이외에 육상 경기인들의 반발로 귀화가 지체되는 것에서 엿보이듯 여전히 외국인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멀티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활약하는 움직임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겨울 스포츠는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