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재래시장이 서는 날이면 빠짐없이 등장했던 동동구리무 장수, 약 장수의 웃고 울리는 재담에 끌려 자리를 뜨지 않고 넋을 잃고 구경하던 모습, 엿장수의 흥겨운 가윗소리에 우루루 몰려들어 엿장수 맘대로 엿을 잘라 팔던 모습, 혹시나 좋은 구경거리가 없나하며 장터를 몇 번씩 돌아보는 것이 옛 장날의 현주소였다.

 장날이면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치고 새벽같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마을어귀를 나와 장터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강낭콩, 팥, 깨 등 잡곡을 올망졸망 자루에 넣어 머리에 이고 장터로 향하는 할머니들의 발걸음 또한 가볍기만 하며, 특별한 볼일도 없이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속담과 같이 장터에서 장국밥에 텁텁한 막걸리 생각을 머리속에 그리며 장터로 나서는 아버지들의 자화상, 모처럼만에 생선토막이라도 상에 올리기 위해 장터로 향하는 아낙네들은 장터에서의 동동구리무장수 앞에서 몇번을 망설이다 미련을 두고 돌아서는 아낙네들이 있는가 하면 동동구리무를 사 이웃과 동네에서 자랑을 일삼던 일, 이 맛에 장에 모여들었나 보다.

 여주장은 각처에서 몰려드는 장사꾼과 장돌뱅이, 여주나루에 짐을 싣고 온 뱃사공, 무역상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그 어느 장터보다 가장 큰장으로 손꼽혀 왔으며 거래관계도 물물교환이 주종을 이뤄왔었다.

 여주나루는 조선시대부터 한강을 이용한 상선들이 소금, 생선, 새우젓 등을 싣고 마포나루를 출발해 광나루, 이포나루를 거쳐 여주나루에 정박하면 탁배기 한잔에 허기를 채우고 거나한 취기에 주모와 잡담을 늘어놓던 뱃사공들은 쌀과 약초, 싸리산도자기, 창호지 등을 싣고 마포나루를 향해 물길따라 뱃길따라 100여리길을 오가며 한을 달래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교통수단으로 남한강 뱃길을 이용해 한양을 오가는 강경상인들이 북적대며 성시를 이루던 여주장에는 인근 원주, 양평, 이천, 충주로 이어지는 뱃길탓에 각처에서 모여든 장돌뱅이들로 성시를 이루었다. 서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채 맥을 이어온 양화장(여주장)은 5일, 10일에 열리는 5일장으로 장날이면 5천~1만명을 넘어선 탓에 동부권에서는 가장 큰 장터로 명성이 높아 일찍이 상권이 발달한 지역이기도 했다.

 이에따라 여주지역에는 여주읍 하리의 공설시장을 비롯해 가남면 태평리의 가남장, 대신면 율촌리의 율촌장, 점동면 청안리의 점동장등 크고 작은 11곳의 시장과 4곳의 가축시장이 성시를 이루었는데 70년대 들어서면서 여러 종류의 잡화를 취급하는 도·소매업이 늘어나면서 시장수도 줄어 여주공설시장, 가남장, 율촌장, 점동장 등 4곳의 시장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가축시장도 2곳으로 줄어 들었고 이나마 최근 들어서는 가축시장마저 사라져가는 실정이다.

 300여년전 조선시대부터 상권이 발달한 탓에 여주장의 명성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기가 침체되자 시장발전과 시장경영의 합리화를 위해 100여 상인들이 뜻을 모아 여주읍 하리 189의 군유지 2천여평을 불하받아 75개 점포를 건립하고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라 83년 제일시장으로 변경후 운영해 왔으나 최근에는 원주, 이천, 여주지역에 대형마트가 자리하면서 재래시장기능이 급속히 침체국면에 돌입했다.

 예전에 재래시장은 20대에서부터 50대이상의 주부등 다양한 계층이 즐겨 찾았지만 4년전부터 여주 할인마트 등 4곳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쾌적한 환경에 편리한 교통편의를 제공하면서 가전제품을 비롯해 각종 생필품을 갖추고 바겐세일 등으로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는 반면 제일시장의 경우 노후된 건물에 옷, 신발, 음식점 등의 점포만이 자리하고 있고, 시장입구에 여주 할인마트가 자리한 탓에 손님유치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200여 상인과 주민들이 합세해 "시장상권 살리기운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제일시장번영회도 "재래시장 살리기운동"에 나서고 있다. 현 재래시장 건물 재건축시 건폐율이 축소되는 만큼 주거지역 및 준주거지역으로 되어있는 재래시장 부지를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 줄 것을 수차례에 걸쳐 군수와 의회의장에게 건의했다. 재래시장에 걸맞게 주상복합시장으로 형성해 건물 노후화로 쇠퇴하고 있는 상권을 회복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 건물에서 30년간 소머리국밥집을 경영하고 있는 대신 식당주인 정향남씨(59·여)는 “건물 신축시만 해도 재래시장을 찾는 장돌뱅이와 단골손님으로 장날이면 북새통을 이루었지만 최근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이곳을 찾는 고객계층도 젊은 층은 거의 없고 장년층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보러 나온 사람들도 예전 같지 않게 많이 줄어들었다”며 “노후된 건물에 주차공간부족, 편의시설부족과 시장입구에 여주할인매장이 자리잡고 있어 부득이 이곳을 찾을 이유가 있겠냐”고 말하는 장씨는 “우리 식당은 음식노하우 탓에 평일에도 100여명의 단골손님이 자주 찾는다”며 은근히 음식솜씨를 자랑했다.

 대형 할인마트에 맞서 재래시장을 살리려는 상인들의 상권살리기운동에 얼마만큼 시민들이 동참하는가가 관건이며, 시장활성화방안으로 구매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쇼핑몰 공간과 구색을 갖추고 시장에서 정기적으로 다양한 공연을 펼쳐 손님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상권살리기운동의 성패가 달려 있다. 〈여주=장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