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실명 장애인 1년여간 연습 … 재능기부 연주 '인생2막'

지난 1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야외 무대. 인천평생학습 박람회 관람객을 향해 황금빛 색소폰이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자 또 다른 색소폰이 감미로운 멜로디를 쏟아내고, 나머지 색소폰이 화음을 맞췄다. 이 소리는 금새 '박달재'와 '시계바늘'이 됐다.

관람객들은 색소폰 선율에 취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색소폰들이 연주를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주인공은 바로 인천지역 중도실명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소리울림 색소폰연주단'.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인천 화도진도서관이 운영하는 색소폰 음악교실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쉽지 만은 않았다. 악보를 볼 수 없어 오직 소리에 의존해서 색소폰을 연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나이가 걸림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색소폰은 용기와 위안을 줬다. 색소폰을 불수록 중도실명의 충격과 아픔도 조금씩 사라졌다.

그렇게 일년 뒤, 이들은 색소폰 연주로 재능기부를 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얼마 전에는 중구 자립생활지원센터 후원으로 자유공원에서 재능기부 연주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들은 현재 색소폰으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박영숙 소리울림 연주단장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니 꿈을 이룬 것처럼 행복하다"며 "색소폰 연주로 중도실명 시각장애인에게 희망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숙 화도진도서관 열람과장도 "이들에게 나이와 장애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면서 "도서관에서도 장애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 단원이 이날 연주한 첫 곡은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