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개헌문제 논란

 설 연휴를 마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개헌문제로 여야가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해부터 민주당 중진들과 한나라당 일부의원들이 대통령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데 이어 이인제·한화갑 최고위원이 지지발언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데 반해 한나라당은 정계개편을 염두한 야당분열책이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26일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전의 선거제도로 인해 그간 얼마나 피해가 많았는가”라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내 개헌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화갑 최고위원도 지난 24일 로스앤젤레스 한미정책연구소 강연에서 현행 대통령 단임제에 대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올 수 있다”며 개헌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누구든지 자격이 있으면 경쟁에 나서고 경쟁을 통해 가려내면 된다”고 말해 자신의 대권도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동교동계의 대표주자인 한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의 개헌론 가세는 향후 여권내 개헌 논의에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김중권 대표는 지난 9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 등에서 원론적인 차원에서 개헌론을 거론한 적이 있으며,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번 미국 방문중 또다시 개헌론을 언급했다.

 이밖에 김근태·정동영 최고위원과 문희상 경기도지부장도 공·사석에서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왔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도 김덕룡·박근혜 부총재 등이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고, 자민련도 내각제 개헌 당론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정치권 내부에 개헌 논의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통령 중심제 및 정·부통령제를 내용으로 한 개헌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당내에선 여권내에서 개헌론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정계개편을 겨냥한 "노림수"가 있다고 보고,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회창 총재측은 “여권에서 개헌론을 자꾸 제기하는 의도는 뻔하다”면서 “야당을 흔들고 궁극적으로는 정계개편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개헌 지지론자인 박근혜 부총재도 “개헌론이 평소 소신이지만 이같은 소신이 정계개편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개헌론 관철을 잠정 유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개헌론은 여야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앞으로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김규원·정찬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