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 부시 행정부는 당초 예상대로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을 택할 것인가.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사진〉가 17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제시한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통해 이러한 예상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파월 지명자는 북한에 대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천명함으로써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교차 방문으로 크게 고조된 북미 화해 분위기는 일단 제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파월 지명자는 북미 관계 개선은 “아직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과 협상이 타결돼도 검증이 절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으며 미국이 “정말 값있는 무언가를 대가로 받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들은 결국 대북 협상의 속도 조절과 투명성 확보, 그리고 엄격한 상호주의로 요약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직접 담판으로 미사일 협상 타결이 임박했고 빠르면 올 상반기에는 연락사무소 교환이나 그 이상의 외교 관계 수립까지 점쳐지던 클린턴 행정부 말기와는 판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집권하자마자 핵 위기에 맞닥뜨렸던 빌 클린턴 대통령은 당근을 쥐어 주는 포용정책으로 이제는 "등 보이고 돌아설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까지 북한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부시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파월 지명자는 물론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때 클린턴 행정부의 업적을 활용하겠다며 포용 정책도 수용하고 북미 기본합의도 준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북한의 상응 조치라는 강력한 전제 조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파월 지명자는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위(NMD) 구상을 초고속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혀 이른바 "럼스펠드 보고서"로 유명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지명자와 함께 미국의 보수 강경 선회에 선봉을 자처하고 나섰다.

 모두 성명이나 답변에서 김 위원장을 독재자, 북한을 독재정권이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대놓고 지칭한 것도 클린턴 행정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북한이 자위 수준을 넘는 재래식 군사력을 배치하고 미사일과 비재래식 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월 지명자는 미국의 대응 수위가 한국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중요한 단 하나의 기준에 의해 조절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한반도에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며 한·미·일의 3국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7개월여만에 다시 중국을 찾은 김 위원장이 부시 행정부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북한을 껴안으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이 미국의 그것과 조우하는 대목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