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영수회담 성사될까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3명의 자민련 입당 파문으로 정국이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오는 4일로 예정된 여야 영수회담 개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내에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회담 성사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3일 열리는 전국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회의가 끝난 뒤 영수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3일 오후가 회담 성사와 "이적 정국"의 향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2일 총재단·지도위원 등이 참석한 연석회의에서 “애국적, 애당적 차원에서 발언한 내용을 참고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며 “회담 거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위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권철현 대변인은 “영수회담 수용여부를 놓고 찬반의견이 맞서 결론을 얻지 못했다”면서 “회담 참석 여부는 3일 중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관용, 하순봉 부총재 등이 나서 “지금 영수회담을 해봤자 김대통령에게 변명할 기회만 주는 꼴이 되고 의원 이적을 추인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많다”며 회담 거부를 촉구했다.

 반면 정재문 지도위원은 “김 대통령을 만나 큰 정치를 하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한다”며 “경제도 어려운데 회담거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회담 수용론"을 펼쳤다.

 홍사덕 국회부의장과 박희태, 강재섭, 이환의 부총재 등도 수용쪽에 가세했으며 부부동반 대신 여야 영수만 만나는 실무회담으로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찬반 양론속에서도 한나라당내에서는 이 총재가 새해벽두부터 여야간 대립을 피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승적으로 회담에 응하는 "큰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를 얻고 있다.

 회의를 지켜본 한 당직자는 “이 총재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는 명분과 여권의 치졸한 행태에 대한 실망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같다”면서 “결국 영수회담에 참석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 총재가 이날 오후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으로 김수환 추기경을 방문, 정국현안에 대해 조언을 구한 자리에서 김 추기경은 난국타개를 위해 여야가 합심 단결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수습이 가닥을 잡아갈지 주목된다.

〈정찬흥기자〉 chj ung@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