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공부하고 있는 분야는 제 관심밖입니다. 저는 남들이 잘 모르는 금은세공 분야 기술연마에 전념, 국내 최고의 장인으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인천시의 유일한 특성화고등학교인 한진고등학교(교장·노광훈·서구 백석동) 2학년 이주일군(18)은 요즘 청소년들이 추구하는 "대중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이 학교의 특성을 설명한다.

 "남들처럼 하겠다"가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하겠다"는 당찬 의식으로 한자리에 모인 한진고등학교 1·2학년 학생 240명은 국·영·수 등 보통 교과공부 외에 귀금속정밀주조·가공·디자인 및 칠보공예 등을 배우며 장인의 세계에 빠져 들고 있다.

 1·2학년 각 4학급씩 8개반인 한진고등학교는 한반이 30명으로 타 인문계 및 실업계 고등학교에 비해 학생수가 적어 교사가 학생의 특성을 깊이있게 파악하고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며 교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학년 과정은 기초실습, 2학년 과정은 정밀주조실습과 보석 세팅, 3학년은 칠보실습과 졸업작품 과정으로 나눠 진행된다.

 지난 86년 한진실업학교로 인가받은 이 학교는 애초 미용·산업디자인·금은세공과 등 3개과가 있었으나 지난해 금은세공 특성화학교로 개편되면서 국내 유일의 금은세공 전문가 양성 고등학교로 자리 잡았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금은세공이란 넓은 의미로는 장신구 산업의 한 분야며 금이나 백금, 은, 구리와 같은 귀금속을 보석과 함께 정밀하고 아름답게 가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같은 천연의 보석재료를 이용하여 사람이 착용하기 쉬운 상태, 즉 목걸이·귀고리·반지·브로치로 가공하는 것도 금은세공이다.

 한진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균형있는 교육을 바탕으로 제품의 디자인에서 완성품까지를 책임질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학교측은 산업현장에서의 작업조건과 동일한 교육환경을 조성, 학생들이 "유능한 전문 기술인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학업에 전념토록 유도하고 있다.

 귀금속과 보석산업 자체가 고도의 세공기술이 요구되는 수가공적 산업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높으며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예술적 사업인 만큼 조기교육을 위해 이 학교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주요 실기교육 과목중 하나인 보석감별은 현미경이나 보조기구를 이용, 보석의 진위와 등급을 판별하는 학습으로 광물학, 보석학, 보석상품학, 보석감정실기 교육 등을 받고 있다.

 또한 귀금속 제품의 표면에 유약을 입힌 뒤 소성시켜 귀금속이 갖고 있는 기본색상을 뛰어넘는 컬러풀한 장신구를 제작하는 칠보 등도 교육한다.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과정을 숙지한 후 새로운 장신구를 개발하는 귀금속 전문 디자이어, 장신구 코디네이터, 장신구 작가로 양성하는 귀금속디자인도 주요 교과 과목이다.

 국내 귀금속 보석시장의 연간 교역량은 약 1조6천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한진고등학교 학생들의 장내는 "장밋빛" 그 자체다.

 여학생은 적성에 맞게 보석감정이나 보석가공 기능사 자격을 딸 수 있고 남학생은 귀금속가공과 금속공예 자격증을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

 이밖에 건국대, 국민대, 서울대, 원광대, 홍익대, 숙명여대 등에 관련학과가 있으며 전문대학에 동일계 특별전형 진학도 가능하다.

 “사실 학생중 절반은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자의에 의해 진학하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성적이나 경제곤란 등 타의에 의해 특성화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1년만 지나면 전체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했다는 자부심으로 학교 생활에 충실하게 됩니다.”

 이 학교 노광훈 교장은 한진고등학교가 2년 전의 실업학교가 아니라 이제 인천 최고·유일의 전문 특성화학교라며 2~3년만 지나면 시민 모두가 그 진가를 알게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반증하듯 한진고 학생들은 올해 한 지방대학이 주최한 장신구 작품전에서 대상과 단체상을 수상하는 등 그 실력을 공인받았다.

 노교장은 학생들의 실력이 날로 성장하는데 힘입어 내년에는 가을축제인 "한진제" 때 학생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등 학생들의 실력을 내외에 자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