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5일 (월)

 오늘은 티베트를 떠나는 날이다. 라싸에서 중국의 성도(成都)까지 항공편으로 간 다음, 2200년 전의 수리시설이 있는 도강언(都江堰)까지 가려고 한다.

 지난 8일간 머물렀던 티베트를 떠난다고 하니 어쩐지 서운한 감이 든다. 현재 티베트는 틀림없이 중국의 한 자치구이지만, 우리들에게는 언제나 중국의 일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강제로 일본에게 합방당했던 해방 전의 우리 나라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티베트가 완전 독립할 날은 올 것인가?

 우리들은 티베트에 대해 후진성의 대명사처럼 여겨왔다. 티베트는 폐쇄적이다, 가난하다, 뒤떨어져 있다, 비문화적이다, 무지몽매하다는 등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티베트는 세계의 비경(秘境)이기는 하나, 결코 세계에서 가장 뒤떨어진 곳은 아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으나 이번 티베트 여행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들은 소비생활 면에서는 선진국보다 훨씬 가난하다. 전화, TV, 냉장고, 냉방기, 세탁기, 자동차 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들과 비교하면 소비생활 수준은 낮다. 그러나 우리들을 감탄시킨 것은 티베트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창출한 문화와 정신면의 건전함이다. 그들은 전혀 낭비라는 것은 모르고 살고 있으며, 우리들보다는 훨씬 차분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2년 전 몽골 초원을 횡단할 때에도 느꼈지만, 티베트에서도 시간은 정지된 세계와 같이 느껴졌다.

 특히 농촌에서는 유유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분·초에 쫓기면서,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타실룬포 사원, 세라 사원, 조칸 사원, 간덴 사원, 드렙룽 사원(哲蜂寺), 포탈라 궁 등을 보면 티베트 사람들의 높은 기술수준과 강렬한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어떻게 이 거대하고 정교한 건축물을 만들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티베트 민족의 예술적인 상상력과 표현력은 대담하고 강렬하다. 사원의 건축물, 불상, 영탑, 벽화 가구와 일용품까지 하늘이 내린 지혜와 예술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티베트는 독자적인 문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진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이 문자는 7세기에 송첸캄포 왕 때 불전(佛典)을 자국어로 번역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티베트족은 신앙으로 살고 있는 민족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돈과 시간이 있으면, 티베트 사람들은 순례(巡禮)길에 나선다. 또 집집마다 타르초를 매달아 놓고 불단도 있으며 매일 기도하면서 살고 있다.

 오늘은 티베트를 떠나는 날이다. 아침 8시에 체탕 호텔을 떠나, 텅 빈 얄룽창포 강가의 길을 달려 40분만에 라싸의 콩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티베트인 가이드 "로브송 노르부"와 그 동안 티베트 고원의 험한 길도 안전하게 지나올 수 있게 해준 버스 운전기사 "라·다"와도 이별이다. 로브송 노르부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타"(불상이나 축복하여야 할 사람에게 말 대신 걸어 주는 흰 실크 스카프)를 목에 걸어 주면서 작별을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