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게시 작품 모음 … 2015년판 270명 542편 수록
목적지를 향해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이 시간 철로를 바라보며 멀뚱멀뚱 있기보다 한 편의 시를 감상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시들은 바로 그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시를 통해 1000만 수도권 시민들이 시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잔잔한 축복이자 행복일 수 있다.

새책 <지하철시집>은 '쉽고' '짧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대다수이다. 거창하고 심오한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가족과 이웃, 사랑, 고향, 자연, 소소한 행복 등 생활상의 소박하고 정겨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지하철 시집의 시들은 '더불어 살자는 소망을 포기하지 않는 시'들로 독자들의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한다.

지하철 시를 읽은 한 네티즌은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마주한 시 한 편! 아! 소리도 크지 않고 길이도 짧은 그 시 한 편이 삭막한 세상을 이리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시를 발표하게 됨으로써 시집 속에서 잠자던 죽은 언어 같은 시가 세상으로 나온다.

대중과 소통할 기회가 줄어든 시인들에게 최적의 발표 무대가 생겼으니 다행한 일이고, 독자들은 시를 통해 짧은 휴식과 위안, 삶을 성찰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으니 행복한 일이다.

2015년판 <연간 지하철 시집>엔 2014년판에 참여한 180명 시인의 작품 336편보다 훨씬 늘어난 270명 시인의 작품 542편을 담고 있다. 서울시인협회 회장 이근배, 이사장 유자효 시인은 물론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효치 시인을 비롯해 이건청, 유안진, 신달자, 강인한 등 유명 시인에서부터 아직 이름이 덜 알려진 전국 방방곡곡의 시인들이 망라돼 있다.

지하철시집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게시된 작품이 2년 후에는 자동적으로 철거돼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많은 시인들의 적극 참여로 빛을 보게 됐다.

출판사 관계자는 "'지하철 시'는 눈 밝고 마음 밝은 시민 독자들과 함께 서울 전역을 따뜻하게 감싸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시집을 매개하여 앞으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시민시'가 더욱 융성하게 발전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근배 지음, 스타북스, 628쪽, 3만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