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동아시아의 공간 재편과 사회 변천'

동아시아 근대적 재편 측면 공간·사회변화 통해 살펴봐

'동아시아 상생과 소통의 한국학'을 의제 삼아 인문한국(HK)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근대 동아시아의 공간 재편과 사회 변천>을 펴냈다.

동아시아 개항과 도시 연구를 주제로 한 이 책은 상해의 복단대학 역사지리연구중심이 주최하고,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를 비롯해 중산대학 아태연구원, 남개대학 역사학원 등 4개 기관이 함께 주관하는 국제학술회의 '해양·항구성시·복지-19세기이래적동아교통여사회변천'에서 발표된 글 가운데 기획에 맞는 10편을 선정하고, 추가로 2편을 더 실어 엮었다.

이영호 인하대학교 사학과 교수 등 12인이 함께 썼으며 임찬혁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강사가 중국논문을 번역했다.

<근대 동아시아의 공간 재편과 사회 변천>은 크게 '공간의 재편-개항장·배후지·잡거', '사회의 변천-무역·네트워크·근대'라는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개항장 배후지의 경제 변동, 개항 이후 식민지사회에서 내외국인이 잡거하는 모습을 보인 한국의 부산·평양·흥남의 도시공간의 재편, 한국과 중국의 개항장 무역, 개항 이후 설치된 교통·통신 인프라가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미친 근대적 영향에 대한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동아시아 근대적 재편의 한 측면을 공간과 사회 변화를 통해 살펴본다.

# 개항장 배후지의 경제 변동

제1부 개항장 배후지의 경제 변동에 대해 우쑹디(吳松弟)가 중국 대륙 전체를 놓고 배후지의 경제발전을 거시적으로 보았다면, 저우쯔펑(周子峰)과 이영호는 하나의 특정한 개항도시가 배후지의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을 검토한다.

우쑹디는 중국 대륙 전체를 놓고 경제발전의 공간적 변천을 거시적으로 개관하고 있다. 개항 이후 경제발전에 대해 중국 동부연안의 통상구안(通商口岸, 개항장)에 주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내륙의 변경지역에도 통상구안이 존재하므로 경제발전의 경로도 양측면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우쯔펑은 남경조약에 의해 최초로 개항된 5개 항구 중 하나인 하문 항구(개항 이전에도 복건성을 배후지로 하면서 대만 및 동남아지역과 무역하던 중심지)와 배후지 및 국제시장의 네트워크 속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변동의 양상을 고찰한다.

이영호는 개항기에서 식민지시기에 걸쳐 인천 배후지의 산업변화를 검토, 식민지 초기 수도 서울과 인천 개항장에 공급하기 위한 상업적 농업이 발전했으나 일제의 산미증식계획에 의해 미곡의 증산이 추진되다가 공업화 정책에 의해 경인공업단지가 설치되고 일제 말기의 전쟁기에는 군수산업 중심으로 개편됐음을 발견한다. 인천항 배후지의 산업 변동 양상은 한국 내의 다른 항구도시 배후지에서 농업지대가 공업단지로 변모되는 모델이 됐다고 본다.

# 한국의 도시공간 재편

개항 이후 식민지를 통해 이루어진 한국의 도시공간 재편한 대한 논의도 눈에 띈다. 이시카와 료타(石川亮太)는 개항 초기 부산의 일본인과 중국인 잡거문제를, 박준형은 평양 개시장의 내외국인 잡거문제를, 그리고 양지혜는 식민지 조선의 흥남을 사례로 일본인 하층민의 '식민자 사회' 편입문제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이시카와 료타는 조계가 동아시아 공통의 제도로서 다각적, 광역적 인적 이동과 교역의 기반이 되었다는 점을 주장하며 1883년 청국상점 덕흥호(德興號, 부산의 일본조계에 상점을 개설하려 했지만 일본영사가 일본의 전관조계라고 하여 폐점시킴으로써 외교문제로 비화된 사건)사건을 살펴봤다.

박준형은 개항장이 아닌 개시장의 공간을 외교적, 민족적 시각이 아니라 일제의 한반도 공간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는 조계지와 마찬가지로 개시장에서도 '조계 밖 10리 이내'에서 외국인이 토지와 가옥을 매입하여 잡거할 수 있는 조항의 적용문제가 거론됐고, 그럼으로써 식민지화의 연쇄적 공간재편이 가능해지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양지혜는 함경도 흥남의 일본인 하층민 노동자들이 조선인을 차별하면서 조선인과 분리된 식민자 사회의 주체로 형성되는 양상을 그렸다. 먼저 흥남의 도시공간이 민족적으로 분리되었지만 일본인 사이에도 계급적 차별이 존재했다고 진단한다. 일본인 하층민이 식민지 일상생활에서 일본인만의 분리된 세계를 형성해감으로써 식민지 체제를 지탱한 견고한 보수층이 된 과정을 그들의 구술자료를 통해 그려냈다.

#한국과 중국의 개항장 무역

제2부의 동아시아 개항장 및 항구도시의 무역을 하세봉이 거시적으로 살피고, 린위루(林玉茹)가 개항장 영파(寧波)의 무역사례를 중심으로, 그리고 야오융차오(姚永超)가 모피라는 하나의 상품을 중심으로 각각 개람장 무역을 검토한다. 하세봉은 1930년대 동아시아 항구도시 사이의 무역의 특징을 면·선·점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각국의 무역통계는 분할가능한 지역의 개념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보면 일본제국을 중심으로 그 식민지 조선.대만.만주, 그리고 중국의 화북·화중·화남으로 구분된다고 보았다. 면과 면, 즉 지역과 지역 사이의 교역은 일본과 식민지 사이에 형성된 방사선 교역이 중심인데, 특히 일본과 조선간의 무역이 상호의존도가 가장 높은 반면, 중국의 비중은 낮다고 보았다.

린위루는 주의 무역상이 영파와 대만의 담수(淡水)항에서 무역한 실태를, 1894~1905년 필사된 '척소빈통'이라는 74건의 편지를 통해 검토했다. 편지는 영파에 파견된 천주의 무역대리상이 영파를 중심으로 천주 및 대만 각 항구와 이루어진 교역의 실태를 천주상인에게 보고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근대적 인프라가 지역주민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딩셴융은 철도, 왕저는 우편, 우링페이는 등대를 주제로 각각 검토했다.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중국 복단대학역사지리연구, 소명출판, 388쪽, 2만9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