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저물고 불액션 후끈

　지난 11일 함께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두편이 국내 극장가에 또하나의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영화 마케팅에 성공한 「단적비연수」 그리고 재미와 작품성으로 승부하려는 「리베라메」의 엇갈린 흥행 스코어가 바로 그것.

　요즘 국내 극장가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한국영화끼리 맞붙은 흥행싸움이 가장 신나는 볼거리.

　초호화 캐스팅에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4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강제규필름의 「단적비연수」의 초반 기선제압은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물론 극장전산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사와 배급사의 일방적인 관객동원 기록도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틀간 흥행기록이 35만여명으로 전국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발표했고 당시만해도 함께 개봉한 영화「리베라메」의 흥행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개봉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조심스런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단적비연수」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실망감에 대한 반향으로 오히려 파이어 액션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나선 「리베라메」에 영화팬들이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

　어제까지 두영화의 홍보사측에서 발표한 흥행기록은 서울 44만과 23만, 전국 106만과 50만 정도로 전체기록에서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단적비연수」의 경우 한국영화사상 가장 많은 전국 140개극장에서 개봉했고 개봉전 예매기록도 서울에서만 3만장이 넘었다는 걸 알고나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반해 영화「리베라메」는 「단적비연수」에 대한 관객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뒤늦게 상영관을 늘리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서게 된 것.

　그 결과 인천의 대형상영관의 경우 「단적비연수」의 관객수가 개봉 첫 주에 비해 둘째주엔 3천여명이 줄어든데 비해 「리베라메」는 300~400명 단위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에서는 내주가 넘어서면 주말 관객동원 일별 기록이 뒤집어질 거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

　마케팅이나 홍보도 영화제작상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과정이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국 한국영화팬들은 시끌벅적한 소문보다는 영화적 완성도에 더 발길이 끌린다는 얘기다.

　어찌됐건 이런 현상들은 98년 3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들인 영화「퇴마록」을 시작으로 한국형블록버스터 붐이 일기 시작한 국내영화계에 「흥행=작품성」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교훈을 남길 것으로 기대 된다.

〈이원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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