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문화교류문제의 정책자문을 위해 1998년 출범한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지명관)가 주최하는 「2000 한일 문화 심포지엄」이 4일 오전 9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심포지엄에는 학자 등 양국 관계인사들이 참석해 「과거청산」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함으로써 더욱 성숙된 한일 관계를 모색한다. 논의주제는 「한일합방조약과 한일협정에 대하여」 「식민지하의 문화에 대하여」 「한일 역사교과서에 대하여」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한일관계」 등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최근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견해가 발표된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와 가토 아키라(加藤章)모리오카 대학 학장이 나와 주제발표하며 이명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책임연구원과 기무라 시게미츠(木村茂光) 도쿄예술대 교수는 논평자로 나선다.

 정 교수와 아키라 학장은 「한국에서 본 일본 역사교과서」와 「일본에서 본 한국역사교과서」라는 제목으로 각기 발표해 자국과 상대국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이들은 양국 역사교과서가 상대국에 대해 내용과 시각에서 인색하다면서 국제화와 정보화사회에 걸맞게 역사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다음은 미래 공개된 이들 학자의 발표자료 요약.

 ▲정재정 교수=1994년 이후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그 이전에 비해 내용과 시각이 상당히 개선됐다. 일본의 한국침략과 식민지지배와 관련된 서술분량이 늘었으며 특히 종군위안부에 대해 거의 모든 교과서가 다루고 있는 것은 괄목할만 하다. 나아가 재일한국인의 차별문제도 인권운동과 연계시켜 다루고 있다.

 이처럼 역사교과서가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인의 주체적 삶을 반영하고 일본인의 차별의식을 불식할 수 있을 만큼 진전된 건 아니다.

 일본 역사교과서는 「국민으로서의 자각」과 「일본인으로서의 자질」을 고취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국제사회에 사는 일본인으로서의 자질」을 강조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한국의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일본교과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국교과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토 교수=전후 일본의 역사교육은 패전까지의 황국사관이나 국가중심주의의 역사교육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 구축을 목표로 한 세계에 통용되는 역사로서 자국사를 재평가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과학적 역사관을 가장하면서도 「임나일본부」나 「광개토왕 비문」 「이시가미 신궁의 칠지도」 등 기존 일본인의 조선관은 고대사관에 기초해 온존됐다. 근대일본에 의한 조선 식민지화에 대해서도 그 과오가 근본부터 추궁돼야 한다는 것을 자각치 못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번 발표에서 지금까지 문제삼지 않았던 한국의 중고교 국사교과서의 한일관계에 대해 문제점을 시대별로 제시하고자 한다. 선사시대의 경우 빙하기에 중국대륙과 한반도, 일본열도가 육로로 이동이 가능했다는 의의도 언급해주었으면 한다.

 고대한일관계사에서도 5~6세기 당시 왜의 자리매김이 결코 수동적 입장만이 아님을 분명히 한 가운데 한국사와 일본사 사이에서 공통항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님을 알아야 한다. 고려시대의 일본관련기술도 매우 적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