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우드 영화를 앞세운 서구영화들이 판치던 세계영화계를 뒤흔들고 이미 세계속의 영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국영화의 역사와 가능성을 조망한 한권의 책이 출간됐다.

 「중국영화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기존에 「영화사」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된 연대기 나열식에서 벗어나 중국의 영화사를 정치문화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보기드문 영화이론서.

 청말 초기영화에서부터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아방가르드영화까지 중국영화의 발전과정을 작가의 관점을 곁들여 폭넓게 기술하고 있다.

 독일에서 대표적인 중국영화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슈테판 크라머는 독일 보훔대학과 중국베이징대학에서 중국학과 영화학을 전공, 96년 박사학위를 받은 영화이론가.

 특히 첸카이거 감독의 자서전 「어느 영화감독의 청춘」과 장이모우 감독의 「귀주이야기」의 원작소설을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첸카이거, 장이모우 감독으로 대표되는 베이징영화학교 첫 졸업생인 중국 5세대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국영화의 세대구분은 국가나 사회이익이 영화에 반영되기 시작한 1920년대 이전을 1세대로 보고 예술성을 지향하고 오락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2세대, 그리고 1940년대이후 공산주의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3세대, 혼란스러웠던 50년대에 학업을 마친 70년대 활동 감독들을 4세대로 나누고 있다.

 또 마오쩌둥 정책의 책임자들이나 고통을 준 가해자들과의 연관된 체험이 영화속에 담겨 있는 5세대 감독, 그리고 85년에서 89년사이 베이징영화학교를 졸업한 신진감독들을 6세대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함께 책 후미에는 일본의 식민지영화로 시작해 80년들어 뉴웨이브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타이완 영화와 전세계 영화시장을 석권한 후 할리우드로 진출한 홍콩영화의 태동에서부터 현재까지를 구체적으로 짚어가고 있다.

 특히 저자는 홍콩영화에 대해서도 중국반환이후 진보적 상업화의 물결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중국영화사업에 흡수되어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서출판 이산·황진자옮김 383쪽·1만5천원)

〈이원구기자〉 j j lwk@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