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범시민축제를 내걸고 기획한 「인천세계춤축제」가 내용면에서나 행사진행면에서 총체적으로 부실한 축제라는 오명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지난 14일 개막, 인천대공원을 주무대로 22일까지 9일동안 열린 인천세계춤축제는 「세계」라는 타이틀과 「춤」이라는 주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함량미달의 프로그램과 행정적인 운영 미숙으로 시민들의 외면을 당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춤축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무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즉 국내외 팀 초청무대,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 퍼포먼스와 연예인 공연 등 백화점식 행사 나열로 정작 예술성을 갖춘 간판격 프로그램이 부재, 행사장을 찾은 상당수 관객들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축제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관객동원을 의식한 「대중가수 초청무대」라는 끼워넣기식 편성은 오히려 행사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말았다는 평가다.

 딸과 함께 축제를 보러왔다는 김순옥씨(46·인천 연수구 옥련동)는 『여러 장르의 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왔으나 제대로 된 무대가 너무 없다』며 『외국 무용단 초청공연도 무대 조명과 시설이 부실, 내용 전달이 잘 안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나마 무대를 실내인 인천종합문예회관 공연장으로 옮겼던 「춤명인전」과 무용극 「슈퍼스타 예수 그리스도」의 경우 객석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 이번 축제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빠듯한 일정속에서 졸속으로 준비된 축제의 실상은 운영면에서 기간내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세계」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외국 참가단체나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기본적인 배려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행사장 안내소에 컬러 전단지를 종류별로 수백장씩 찍어놓았음에도, 정작 영문으로 된 안내 전단지 준비에는 소홀했다. 또 화장실, 무대위치 등을 알리는 표지판 역시 외국어 표기를 덧붙이지 않은 한글전용으로 방치했는가 하면, 설상가상 외국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 등 운영요원이 드물어 외국인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시기선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10월 중순이후의 추운 날씨 때문에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하루종일 야외에서 찬 의자를 견뎌내야 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메인공연이 오후 늦은 시간에 집중돼, 결국 시민들의 공연외면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공연에 참가했던 말레이시아 「듀아 스페이스 댄스 시어터」무용단 「아만 얍 충-분」씨는 『외국 무용단과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데다, 행사이름답게 춤 장르만의 축제가 되지 못한 것 같다』며 『춤 이외 장르가 뒤섞여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무대장치가 무용인을 위한 전용무대가 아니었던 점이 매우 아쉬웠다』고 말했다.

 캐릭터 상품에 대한 기획력 빈약도 지적된다. 춤축제 관련 로고가 새겨진 상품이 열쇠고리 정도가 고작이었다. 게다가 행사장내 기획품 판매부스의 경우 자동차보조키를 무료로 제작해 준다는 조건으로 카드사 입회원서를 받는다든가 장난감 판매대가 들어서는 등 입점기준이 모호, 주최측의 운영 소홀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외에도 행사장내 기초 편의시설 부족과 자원봉사자 지원소홀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운영 미숙이 노출돼, 졸속 준비를 그대로 증명해주고 말았다.

 잠정적으로 집계된 이번 축제 관객은 35만여명. 1일 평균 10만여명이 올 것이라는 범시민축제준비위 예상에 크게 못미친다. 더욱이 평소에도 일요일 5만·토요일 3만여명의 시민이 공원을 찾았음을 감안하면 춤축제 관객수는 더욱 줄어든다.

 거액의 돈을 쏟아붓고도 시민들의 외면을 당한, 이름뿐인 「범시민축제」가 되고 말았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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