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중심도시 이끌 "브레인 군단"

 21세기 인천시가 지향하는 목표는 동북아의 중심거점도시다. 내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항만시설 확충을 통해 환황해권의 중심도시, 동북아 교역 물류 중심 도시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가 동북아 중심도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동안 이러한 하드웨어를 움직일 미래 일꾼들이 조용히, 그러나 야심차게 자라나고 있다. 인천, 한국, 나아가 동북아시아와 세계를 움직일 브레인을 키워내는 곳, 바로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학이다.

 98년 3월. 인천대학교에서 동북아국제통상대학을 신설하고 전국 수능 성적 상위 4% 학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전통과 인맥을 중시해 대학을 선택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신설학과를 수준 높은 학생들이 선택하겠느냐는 것이 주위의 우려였다. 그러나 첫 모집에서 570여명의 학생이 응시, 1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의 수능 평균은 상위 3.65%.

 지금 동북아국제통상대학 학생들은 의욕에 가득 차 있다. 역사와 전통이 제공하는 사회적 인지도를 뿌리치고 자신의 확고한 비전과 의지로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동북아통상대의 역사를, 인천대의 역사를, 인천의 역사를 새로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2학년에 그만두고 입학한 김영수씨(31·미국통상 전공)는 『하고싶은 것을 하고 싶어 왔다』고 잘라 말한다. 기존의 대학들이 소화하지 못하는 국제통상이라는 학문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는 것. 전학년 장학금과 1년간의 해외연수 또한 주저없이 학교를 선택하게 했다.

 학생들은 전원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한다. 올해 대우가 「대우동북아교류센터」를 기부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수업과 생활 모두를 해나간다. 입시지옥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 나온지 얼마 안되는 학생들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자랑한다.

 학생회장인 이상은씨(21·중국통상 전공)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교수, 다른 국가 전공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감각과 사고를 서로 배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외국인 교수와 갖는 자유로운 대화 시간도 외국어는 물론 외국 문화와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학은 꿈을 펼치는 곳이며 실력을 쌓는 곳입니다. 처음 입학하고 힘들어 우는 학생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의 커리큘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동북아국제통상대학에는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4개국 통상 전공이 있다. 동북아시아의 선진적인 혹은 잠재적인 주요 국가를 망라하고 있는 것이다.

 저학년 때는 전공 국가의 언어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통상 등 경제 분야의 전공을 다루게 된다. 대상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마스터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는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송희연 학장의 지론이다.

 학생들의 학습량은 적지 않다. 주당 수업시간이 27~28시간에 달한다. 다른 대학의 평균 수업시간이 주당 20시간인 것과 비교하면 커리큘럼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방학마다 실시하는 4주간의 외국어 계절학기까지 포함하면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습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의 매수업 시간에 걸쳐 테스트가 실시되고 하루에 외워야할 외국어 단어 수만 몇백개씩에 이른다.

 그 결과 해외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은 현지에서 현지 학생들과 함께 경제·통상 관련 전공 수업을 이수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2학년 2학기.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3학년 학생들도 성적이 좋아 가슴을 졸였던 교수들을 기쁘게 했다.

 원용걸 교수(국제통상)는 『학생들의 실력을 대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인 첫 연수를 마친 3학년 학생들이 유창한 외국어 구사는 물론 높은 성적을 받아 와 대견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외연수 기간 동안 학생들은 여러 면에서 문화충격을 받고 많은 것을 느꼈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은 한국이 국제적으로 그다지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 유타주립대로 연수를 다녀온 김영수씨는 『외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적어 놀랐다.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연수 기간동안 배운 국제적인 매너와 감각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개발연구원장, 산업연구원장, 해운산업연구원장 등 국책연구소 원장을 세 번이나 역임한 송희연 학장은 한국에 싱가포르처럼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매너가 모두 존재하는 국제적인 자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인천, 제주, 광양이 국제자유도시가 될 조건을 충족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송 학장은 『인천이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도시가 된다면 동북아통상대학에서 교육받은 우수한 인력들이 자연히 인천으로 달려올 것이다』라고 말한다.

 상해 복단대에서 동북아통상대학으로 온 지앙인궈(姜銀國·통상중국어) 교수는 『인천시는 상해의 푸동지구와 매우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국제·경제·무역·금융 중심지를 지향하고 있고 국가 경제발전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전제하고 『향학열이 높고 학업 성취 또한 우수한 학생들이 21세기 중국과 인천을 오가며 통상전문 외교관을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한다.

 인천은 동북아 지역과 수도권에서 차지하는 지정학적 특성과 우위를 바탕으로 국제도시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21세기 동북아 거점도시를 지향하는 인천, 그속에 자리잡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학 학생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겠다는 이들이 미래 인천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