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1일 (목)

 오늘은 갼체를 떠나 「가로 라」(5,045m)고개, 얌드록초 호수(4,250m)와 마지막 고개인 「캄바 라」(4,900m)를 넘어 티베트의 수도 라싸(3,650m)로 입성하는 날이다.

 아침 6시의 기온은 실내 17℃, 실외 9℃이고, 구름은 많으나 맑은 날씨다. 갼체에서 라싸까지는 252㎞ 밖에 안되지만, 10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오전 7시55분 갼체를 떠나고는 길 양옆을 살피면서 달렸다.

 이 부근에 있다고 하는 벽돌전주를 찾기 위해서다. 약 30분 후에 길 왼쪽에 한 줄로 서 있는 벽돌로 쌓아올린 전주를 발견했다.

 나무전주 높이로 벽돌로 쌓아 올렸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 졌다. 벽돌은 불에 굽지 않은 흙벽돌인데도 비가 잘 오지 않는 곳이기에 허물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보아 온 농가들도 모두 이와 같은 흙벽돌로 지어져 있었다. 티베트는 나무가 귀한 곳이니 흙벽돌을 쌓아 올려 전주로 사용하고 있었으니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다.

 이곳을 떠나 30분 후부터는 수력발전소 건설현장 부근의 꼬불꼬불한 급경사 길을 오르기 시작하더니, 오전 9시15분 「시미라」댐과 호수(4,350m, 12℃)에 도착했다.

 호수가운데 있는 사원 하나가 수몰직전에 있다.

 오전 10시25분에는 해발 4,600m까지 올라오니 기온은 18℃로 올라가고, 차내 온도도 28℃나 올라갔다. 무려 그 차가 10℃나 되는데 놀랐다.

 약 30분 후에는 전방에 눈 덮인 높은 산이 가로 막혀, 저곳을 어떻게 지나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노친칸창 산(7,191m)과 오른쪽 체퉁추상 산(6,242m)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산의 사이의 안부에 「가로 라」고개가 있다.

 「가로 라」(5,045m)에는 오전 11시30분에 도착했다.

 빙하가 왼쪽 길옆까지 내려와 있고, 타르초가 펄럭이고 있는 옆에는 울긋불긋 치장한 야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워주고 돈을 받기 위해서다.

 낮 12시15분, 멀리 앞쪽에 얌드록초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낭가르체(4,450m, 차내 30℃)에 도착했다. 이곳은 작은 마을인데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혹시 장날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오늘이 어린이 날이란다. 마침 어린이 날 행사가 끝나고 행사장에서 출연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한 젊은이는 모택동의 젊었을 때 사진을 안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정신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오후 1시에 얌드록초 호수(4,250m)에 도착해서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티베트어로 「고원목장에 있는 터키석의 호수」라는 뜻의 이 호수는 티베트 4대 성호(聖湖)의 하나로 아름다운 호수다. 호숫가의 습지(濕地)에는 키가 작은 풀들이 자라고 있어,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으며, 이것들과 물, 푸른 하늘, 흰 구름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호숫가에서 호수와 양떼들을 바라보면서 도시락을 먹었다.

 이곳을 떠나고는 꼬불꼬불한 급경사 길을 오르면서 고도를 높이니, 오른쪽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호수는 아까와는 또 다르게 아름답다.

 오후 3시5분에 마지막 고개인 「캄바 라」(4,900m, 18℃)에 올라왔다. 이 고개에서 내려다보는 호수는 정말 성스러운 호수 같으며, 반대쪽(북쪽) 급경사 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자동차들 너머 얄룽창포 강이 보인다. 「캄바 라」에서 휘날리고 있는 타르초 부근 돌밭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고 있었으며, 그 옆에는 작은 꽃들이 몇 송이씩 피어있고, 또 가끔 풀들이 모여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 풀도 자라고 꽃도 피고 있으니 정말 자연은 위대하다고 느꼈다.

 「캄바 라」를 떠나고는 구곡양장 경사 길을 달려 40분 후에는 해발 4,325m까지 내려오니 차내 온도는 33℃까지 올라갔다.

 조금 더 내려오니 어느새 길 양옆의 산이 푸르러졌다. 놀랍게도 나무가 자라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가 『전주 외에도 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고도계는 3,750m를 가리키고 있었다. 조금 후 왼쪽 아래에 무참하게 파괴되어 기초부분만 남은 사원이 보인다.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이 파괴한 사원이라고 한다.

 오후 4시10분에 드디어 얄룽창포 강가(3,690m)로 내려 왔다. 생각보다는 큰 강이다. 이렇게 높은 곳에 큰 강이 흐르고 있다니 신기하다. 이 강은 남쪽으로 흘러 인도의 아쌈 지방(인도 북동부)으로 흐르면서, 그 이름도 「브라마푸트라」 강으로 바뀐다.

 1981년과 1983년에 아쌈의 「디브르가르」에서 넓은 브라마푸트라 강을 본 생각이 났다.

 이 강은 더 남쪽으로 흘러가서 「갠지스」강과 합류하여 「벤갈」만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곳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20분 후에는 아스팔트길로 바뀌었다.

 카트만두를 떠난 후 지난 5일간 형편없는 길을 달려왔다. 포장도로가 이렇게 좋다는 것을 지금까지 별로 생각해 보지 못했다. 곧 이어 얄룽창포 강의 다리를 건너고는 길 양옆에 푸른 가로수가 자라고 직선으로 쭉 뻗어 있는 아스팔트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누군가가 토종닭을 사서 저녁 식사 때 먹자고 제안하기에 티베트인 가이드 「로브송 노르부」에게 물어 보았더니 잠시 생각하더니 좋다고 했다.

 그리하여 어떤 민가에서 큼직한 닭을 몇 마리 샀다.

 그런데 로브송 노르부는 『큰 죄를 졌다』면서 몹시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 조금 후에는 울려고 한다. 『살생을 하는 것을 도왔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티베트 사람의 깊은 신앙심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우리들이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닭을 먹자고 한 것이 티베트의 한 젊은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겨 준 것을 우리들은 몹시 후회했으며 미안하게 생각했다.

 오후 5시55분 물 건너 왼쪽 암벽에 거대한 채색 마애불이 나타났다. 황금색 몸체에 주황색 가사를 걸치고 바리는 남색으로 채색되어 있는데, 방금 칠해 놓은 것처럼 선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수백년 전 건립 당시의 칠이며 건립 후 한 번도 덧칠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