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짓는 일」은 결코 지하철을, 아파트를, 공항을 건설하는 일보다 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진정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한다면,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전해주고자 한다면, 가장 서둘러야 할 중차대한 일이다.

 오로지 「경제발전」에 매달려 온 우리에게 지금 남은 것은 무엇인가. 죽어가는 환경과 삭막한 가슴이다. 그것이 장차 가져올 심각성이 지하철을 짓지 못하고, 다리를 건설하지 못하는 피해보다 몇십배 더 크리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선진외국을 보자. 전쟁 혹은 경제적 난관속에서도 확고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이를 지켜온 그들. 너도나도 그들이 지키고 이뤄낸 유적과 문화예술 흔적을 찾아 떠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아니던가. 정작 우리 것을 소중히하고, 우리도 해내야겠다는 의식은 갖지도 못한 채.

 「미술관 건립」은 인천시 문화예술인, 아니 시민 모두의 숙원중의 숙원이다. 이 분야에 있어서까지 부산 대구 등 여타 도시와 또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시 주도였든, 시민 주도였든 그들에겐 미술관이 있다.

 어쨌든 시는 최근 있은 2001년도 주요업무계획(안)에서 시립미술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타당성 조사연구(부지·규모 등), 2002년에 기본 및 실시설계, 2003~4년에 미술관 건립이 그 골격.

 광주비엔날레를 둘러본 시장의 특별지시로 검토하게 됐다는 미술관 건립계획은 그러나 시의 추진주체들로부터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인상이다. 문화예술과 실무진들이 몇달간 타지역 사례 등을 조사연구해 소위 「윗분들」께 (안)을 올린 것이 20여일 전. 한 관계자는 『내년의 타당성 조사연구를 용역을 줄 것인지, 자체적으로 할 것인지 아직 못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용역을 줄 경우 전문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3천만~4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시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곧 있지만, 추진주체들은 「추경에 반영하면 된다는 식」의 느긋함에 젖어 있는 듯 하다.

 추진과정에서도 시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인천대공원 등 적정부지와 규모 등 몇몇 가능성 있는 안이 세워졌다면, 문화예술인은 물론 각계 시민에게 모두 공개하고 의견을 듣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단일안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보다는 기초과정부터 시민과 함께 하는 것이다. 미술관이 진정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이 되려면, 태생단계부터 그들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손미경기자〉 mimi@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