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손님의 위치가 바뀐 것을 말할 때 주객이 전도됐다고 한다.

 요사이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정치나 사회문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여러 문제들을 지켜보면서 누가 진정한 주인인지 법조문과 사회규범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왜냐하면 이렇게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자기 위치를 모두 착각하고 스스로 주인이라고 잘못 생각해서 일어난다고 본다. 얼마 전 어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다.

 『도대체가 정부는 있고 국민은 없는 것 같고, 시는 있는데 시민은 없고, 구는 있는데 구민은 없는 것 같다』라는 말이었다. 그냥 세상에 대한 불만이려니 하고 지나치려 하였으나 이 말속에는 매우 큰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고 느끼고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본다.

 즉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는데 대다수 시민들은 그것을 별로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열심히 세금은 내지만 불만은 자꾸 커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그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의사는 환자를 위한다고 데모를 하고 있는데 그 소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시 공무원은 시민의 심부름꾼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것을 피부로 느끼는 시민은 없다.

 특히 자리가 높거나, 조그마한 권한이라도 쥐고 있는 분들은 더욱 기세가 등등하다. 도대체 그 자리가 누구를 위해서 만들어졌는지, 그 권한이 누구를 위해서 만들어졌는지 잠시 잊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불교신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반야심경이라는 경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이 경구를 풀이하면 「뒤바뀐 잘못된 헛된 생각들을 멀리 떠나버리면 필경에는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씀이다. 아주 당연한 말씀이지만 세상은 온통 거꾸로 뒹굴고 있다.

 삶의 가치 기준이 뒤바뀌어 모든 것이 돈과 권력이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활개를 치고 다닐 때 세상은 어두워져만 간다. 자식의 도리, 부모의 도리, 부부의 도리, 사제의 도리, 의사의 도리, 공직자의 도리, 정치인의 도리, 법조인의 도리, 기업인의 도리 등 수없이 많은 곳에서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원리전도몽상 즉 잘못된 견해와 생각들을 버리고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인가. 그 방법은 밝은 지혜를 찾아나설 때에만 올 수 있다고 경에서는 설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혜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기가 어려운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지혜는 지식이나 앎이 아니라고들 이야기하며 불교에서는 종교적 깨달음의 높은 경지를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많이 배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글 한 줄 몰라도, 자식을 위해 평생 농사를 짓거나 노동을 하며 살았다 해도, 그분은 무엇이 진정한 삶의 가치인가를 알고 있다. 즉 존재의 가치 기준을 어떠한 철학자보다도 몸소 실천하는 힘을 가진다. 이럴 때 이것을 지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좀더 깊이 있게 생각하면 지혜는 육체와 정신의 속박을 뛰어넘어 영혼의 평안을 간직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주장을 먼저 버리고, 나의 종교를 버리고, 나의 욕심을 버리고, 나의 분노를 버리고, 나의 어리석음을 버린다면 진정한 지혜는 모두 마음 자리에 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