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과 도로와 차량에 몸살을 앓고 있는 남대문은 숭례문(崇禮問)이라는 본명을 잃었다. 그런데 숭례문이라는 현판은 세로로 썼다.

 그 까닭은 음양오행설 때문이었다. 즉 한양 남쪽을 가로막아 선 관악산은 오행중에서도 불이라 해서 불기운이 강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글씨를 세로로 쓰면 이런 불기운을 막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현판 글자를 세로로 썼다.

 북한 남포시에 있는 강서대묘라는 고구려 후기 고분벽화를 보면 유려한 몸매와 곡선미를 자랑하는 청룡이 날고 있다. 한데 스포츠 용품으로 유명한 나이키사의 선(線)은 이 청룡 몸통선을 빼다 박은 듯 닮아있다. 나이키사가 표절했을까? 한국의 고고학자나 미술사학자들에게는 국수주의와 사대주의라는 뿌리 깊은 골수병이 있다. 그것이 그림이든, 토기든, 불상이든 중국과 비슷한 것이 나오기만 하면 덮어놓고 중국 영향, 혹은 중국 수입품이라 하는 반면 한국과 모양이 비슷하기만 하면 일본 것은 막무가내로 한국에서 제작됐다거나 한국 영향을 받은 것이라 주장한다.

 동아일보 문화재 전문기자인 이광표씨가 최근에 낸 「문화재 이야기 보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은 이처럼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거나 지나치고 마는 문화재의 여러 단면을 쉽게 설명하려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소해 보이는 유물 하나 하나에 살아 숨쉬는 선인들의 빼어난 미감, 여유와 낭만을 만나는 일은 감동』이라고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