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체성 찾기]구(區) 이름 바꿔야 한다-(6)전철역
인천은 우리나라 철도의 시발지였고, 인천 사람들은 그간 철도 적자를 보전해 온 유일한 노선이었던 경인선의 오래된 고객이었다. 그런 점에서 철도청은 인천에 진 빚이 있고, 인천은 '출발지 기득권'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지만 현실은 그와 딴판이었다.

철도청·코레일은 인천 지역 승객의 편의는 안중에 없이 '민자 역사(民資驛舍)' 건설이라는 돈벌이에만 급급했다. 역 광장의 사회적·정서적 기능을 하루아침에 무참히 박탈해 갔고, 볼품없는 민자 역사들을 지어 도시경관을 도저히 공감할 수 없게 파괴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지리적·역사적 배경과 거리가 먼 생뚱맞은 역명을 고치기는커녕, 최근엔 일제가 강제했던 정명(町名)을 그대로 쫓아 수인선에 '송도역(松島驛)'까지 신설했다. 섬이 아닌 '옥련동(玉蓮洞)' 지역 한가운데에 왠 '소나무 섬 정거장'이란 말인가?

수긍하기 어려운 역명이 또 있다. 경인선의 시발역인 '인천역'은 개항장 '제물포'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개통 당시 기차표에도 '제물포(Chemulpo)'라 표기했던 역이다. 후에 그것을 멋대로 영역을 확대해 '인천역(仁川驛)'이라 부르다가 지금까지 통용하고 있다.

1957년 11월 철도청은 지금의 도화동 인천대 앞에 '숭의역'을 신설했다. 2년 뒤인 1959년 7월엔 역명을 영문도 모르게 '제물포역'으로 바꿨다. 엉뚱한 지역을 '제물포'라 명명한 착오였다. 역 앞에는 이 지역의 대표적 유적지인 '수봉산(壽鳳山)'이 자리 잡고 있다.

'동인천역(東仁川驛)' 명도 역사를 망각한 결과다. 개통 당시 '싸리나무 고개' 앞에 역이 있어 '축현역(杻峴驛)'이라 한 것을 일제가 뒤에 '인천역' 위쪽이라며 '상인천역(上仁川驛)'으로 개정했다. 광복 후엔 '동인천역'이라 했는데, 동쪽이 아니라 서쪽의 역이었다.

'도원역(桃源驛)'도 제 이름을 분실했다. 이곳은 옛 우각리(牛角里)로 최초의 철도 기공식이 열렸고, 1905년까지 '우각역(牛角驛)'이 있었다. 철도청이 1994년 역을 재개하면서 철도 '유적지'라는 사실을 외면한 채, 반 왜색 동명을 그대로 따서 '도원역'이라 했다.

철도청·코레일은 역명을 잘못 제·개정함으로써 지역의 정체성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 구명(區名)과 함께 고쳐야겠다. 인천역-제물포역, 동인천역-축현역, 도원역-우각역(혹은 쇠뿔역), 제물포역-수봉역, 송도역-옥련역 등으로 개명할 것을 일단 제안한다.

/조우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