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를 가득싣고 소리를 내며 달리는 대형 덤프트럭들. 「차 만큼이나 험악하고 우락부락한 남자가 차를 몰고 있겠지….」 박종희씨(43·인천시 연수구 연수1동)는 우리의 그런 상상력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여장부다.

 15톤 대형덤프트럭 운전경력 7년. 인천은 물론 수도권 각종 공사현장을 누비며 그이는 골재를 실어나른다. 차체 무게와 적재물 때문에 팔과 다리힘이 승용차에 비해 몇 배 이상 더 필요하고, 진흙탕 고갯길 웅덩이 험한 곳만 다녀야 하지만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단다.

 큰 차 문이 열리고 그이가 내리는 순간, 공사현장 남자는 물론 여자들도 다 놀란다. 멋있는 커트머리에 고운 화장, 선글라스, 밝은 캐주얼 옷차림. 여자라는 사실때문이기도 하지만, 먼지속을 달리면서도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센스에 더 놀라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자라며 힘든 일 남자에게 미루고, 약한 모습 보인적 없어요. 남자들도 오르기 두려워하는 수십미터 싸이로 위에도 먼저 올라가고,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꼭 지켰습니다.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여자라서…라는 망설임은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가정경제를 위해 남편 권유로 시작한 트럭운전. 지금 소속해 있는 회사에서 첫 발을 디딜 때는 소형트럭을 운전했는데, 사장의 신뢰를 얻어 대형트럭으로 바꿨다. 10여명 넘던 트럭기사가 IMF로 모두 떠났을 때도 그이는 유일하게 남아 일을 했다. 현재는 새벽 4시 출근에 밤 6시 귀가도 빠듯할 정도로 일감 많은 최고참 기사가 되었다. 하루평균 이동거리가 무려 500㎞에 이른다.

 초기엔 소화불량,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 등 직업병 증세가 있었으나, 일에 적응하자 오히려 팔 다리가 튼튼해지는 등 더 건강해졌다. 하지만 직장을 가진 여느 엄마처럼 그이도 아이들 생각을 하면 미안하고 안쓰럽다. 『새벽에 도시락 싸놓고 밥차려 놓으면 초등학교 다니던 애들은 스스로 먹고 챙겨가곤 했어요.』 그러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내 집도 장만했다.

 그이는 5년정도만 일하고, 그 후부터는 장애아·고아 같은 불쌍한 어린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손미경기자〉 mimi@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