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함부르크 AP·AFP=연합】 국제유가가 1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에 대한 저항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각국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겨울 난방용 등 계절적 수요까지 겹쳐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유가가 당분간 고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장기화가 예상되는 항의시위를 진정시킬 수 있는 묘안을 짜내고 있다.

 스페인, 스웨덴, 독일, 핀란드 등지로 번지고 있는 이번 고유가 파동이 유럽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럽연합(EU) 회원국 관계장관들은 20일 저녁 룩셈부르크에서 긴급 회동했다.

 EU 의장국인 프랑스의 제의로 소집되는 이번 교통장관 회의에서는 최근의 석유파동과 관련한 각국의 시위상황과 대응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항의시위가 격렬했던 영국에서는 이번 석유위기가 토니 블레어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겨줘 차기 총선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야당인 보수당의 인기는 지난달에 비해 4% 포인트나 상승, 38%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노동당은 34%로 무려 10% 포인트나 급락하며 지난 92년이후 최악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프랑스에서도 리요넬 조스팽 총리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20%나 하락, 괄목할 경제성장과 1백50억달러가 넘는 감세조치 등 그간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석유위기로 국민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 사민당 정부는 내년부터 환경세를 미화 약 1센트 가량 부과하기로 했다가 트럭운전사들의 격렬한 시위를 촉발시켰으며, 그리스 정부는 유류세 인하압력에 굴하지 않는다는 강경방침을 재확인했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전국적으로 10만명의 농민들이 트랙터를 동원, 4곳의 유류저장소를 봉쇄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1천여대의 트랙터들이 마드리드의 농업부와 재무부를 향해 집결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시위자들이 며칠 만에 다시 시위를 재개했으며 아일랜드 어부들도 조업을 중단하고 항구로 돌아와 고유가 대책 마련을 정부측에 요구하며 24시간 조업중단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