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지난 10월28일부터 11월3일까지 제95회 전국체육대회가 제주도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인천선수단은 금77, 은59, 동79개, 종합점수 40,635점을 획득하며 '종합 5위, 광역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인천선수단이 당초 목표로 정했던 종합 7위보다 두 계단이나 높은 성적이며, 전국체전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 숫자다. 특히 인천선수단은 대회기간 내내 보여준 페어플레이 정신을 인정받으며 모범선수단상을 수상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실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내내 필자는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자명하다. 전국체전과 인천시민의 삶이 갖는 상관지수 때문이다. 쉽게 말해 전국체전에서 인천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인천시민의 삶이 그만큼 더 행복해지냐는 거다.
안타깝지만 이런 문제의식은 전국체전이 아직도 있는지, 언제 어디서 개최됐는지 조차 모르는 시민이 대다수인 상황에선 마땅히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체전이 체육인들만의 반쪽축제가 아니라 국민의 축제로 지속 발전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전국체전이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 고장의 순위가 높으면 마치 내 일 마냥 어깨가 으쓱됐다. 시·도간 경쟁이 여간 치열한 게 아니어서 애향심을 키우는데도 그만이었다. 워낙 도시 인프라가 열악한 실정이었겠지만 경기장 하나만 새로 지어도 우리 고장이 발전한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전국체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아마도 기점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일 거다. 야구에 이어 축구, 배구, 농구, 골프 등 프로스포츠가 발전하면서 전국체전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개최되고,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사람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바다건너 열리는 대회도, 세계적인 스타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경기도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전국체전은 시시해져만 갔다. 여기에다 '보는 스포츠'에서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스포츠' 시대가 열리고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서 전국체전의 위상은 더욱 흔들리게 됐다.
지금 전국체전은 최대 위기다. 존재의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물론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무턱대고 없애서도 안 될 일이다. 전국체전에는 고난과 역경, 도전과 희망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근현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한창인 1951년 꿈을 좇아서 죽음을 무릅쓰고 광주전국체전에 참가했던 인천의 원로체육인 임배영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도 담겨있다. 1920년 조선체육회가 창설되면서 시작된 대한민국 체육의 100년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전국체전이 중단되지 않고 존재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젠 전국체전도 변해야 한다. 체육인만의 축제가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시민들, 국민들과 좀 더 밀착돼야 한다. 엘리트 체육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국체전이 곧 엘리트체육이고, 전국체전의 위기는 엘리트체육의 위기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엘리트체육의 브나르도(대중 속으로)운동을 제안한다. 엘리트체육인들이 운동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재능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실질적으로 공헌하고 생활체육동호인, 스포츠꿈나무, 일반시민들과의 접점을 더욱 넓혀야 한다.
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발굴에 힘써야 한다. 전국체전의 인기가 시들한 가운데서도 박태환, 손연재, 양학선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장은 관중들로 꽉꽉 차는 게 현실이다.
어찌됐든 전국체전은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스포츠 대축전이며, 체육인들을 위한 꿈의 무대다. 그리고 5년 후면 100회째를 맞는다. 전국체전이 시민과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진짜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덧붙여 지난 제95회 제주전국체전에서 종합5위에 오른 인천선수단의 빛나는 투혼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