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그린스타트인천네트워크 사무국장
11월 초 인천시는 환경 분야 등 7개 분야에 걸쳐 유정복 시장 특별보좌관을 위촉했다. 치열했던 6.4지방 선거 당시부터 문화·복지를 비롯해 환경에 대한 어떠한 의지나 비전을 지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시 정부였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전환점을 이룰지 지켜볼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새롭게 위촉된 환경특보는 근본적인 시각에서 환경을 이해하고 지켜나가려는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다. 글로, 강연으로 환경정책 전반과 겉포장된 환경인식에 날선 비판을 서슴치 않았던 그다. 발전과 국제화를 명분으로 강행된 개발에 대해 "농경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갯벌이 도시로 바뀐다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의 일갈에서 그러한 면모를 읽어내기에 충분하다.

어쨌든 초대 환경특보를 중심으로 유정복 시 정부가 풀어내야할 환경 난제가 만만치 않다. 더욱 꼬여가고 쌓여가는 모양새다. 얼마 전 한진중공업이 시흥시에 제출한 '배곧대교 건설사업 민간투자사업 계획서'가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다리가 놓이면 200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올 7월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마지막 송도갯벌인 고잔갯벌(송도11공구)이 망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는 곧바로 갯벌 생태계와 저어새 등 국제적인 멸종위기 조류로 미치게 된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일부의 개발이익과 약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려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라고 경고했다.

유 시장이 2016년 사용종료를 공약한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아직까지 분란의 핵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유 시장의 인수위원회 출신 인사 주도로 구성된 한 단체가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간연장을 요구한 것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형국을 만들었다. 지역주민들은 물론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더불어 생활안전은 물론 환경 현안으로 상당한 불편감을 주기로는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 대량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하는 영흥화력발전소 7·8호기 증설,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본부의 LNG 저장탱크 증설 등도 떠오른다.
이 문제들을 꿰뚫고 있는 핵심 맥락을 짚어보자. 지역사회를 뒤흔드는 논란들은 지역 내에서의 이해관계 차이에서 비롯한 경우는 그리 없다. 지역과 지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과 시민사회의 얽힌 구도가 읽힌다. 실제로 느닷없지만 배곧대교가 그렇고 수도권쓰레기매립지가 그렇고 기타의 환경 현안들이 그렇다.
왜 그럴까? 어느 편에서는 인천이 수도권이고 경제·산업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조건을 두루 갖춘 최적지라는 판단을 갖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그들 내부의 갈등 사안을 전가하거나 특정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인식이 존재할 것이다. 이는 곧 진정 인천을 생각하고 시민 삶의 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철저히 활용가치를 따지는 이용자의 입장이다. 국가 균형발전, 수도권으로서의 고통 분담, 편의의 공유는 겉으로의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인천시장과 환경특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이 누구인가? 인천사람이고 인천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과시해야 하는 사람이다.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 과감하게 도모해야 하고 지역과 지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과 시민사회가 얽힌 구도 속에서 슬기롭게 정치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는 이들이다. 특히나 지역 이기주의, 감상적 지역주의를 거론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일전을 불사하고라도 지역적 정체성을 지켜내야 하는 임무를 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근간으로서의 철학을 바로 갖고 형식적 행보가 아닌 공리에 집중해 주기를 바란다. 실리로, 결과로 '인천성(仁川性)'을 드러내야 한다. 인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공복으로서의 자기 충실성이 그것이다. 인천시민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리며 균형발전, 고통 분담, 편의의 공유 등등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