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지적 시위 예측 수속시간 나눠 각각 탑승
▲ 12일 오전 10시10분쯤 마지막으로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서구의원이 시민단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천지역 기초의원들의 잇딴 외유성 해외연수로 비난이 거세지면서 서구의원들이 시민단체의 항의를 피해 '도둑 출국'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12일 서구의회에 따르면 기획총무위원회 의원 7명과 의장 등 8명은 프랑스 파리로 떠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대부분의 구의원들이 의회 청사나 공항 대기실에 모여 함께 출국심사를 받았지만 서구의원들은 달랐다. 의원들은 시민단체의 시위 계획을 미리 알아채고 1~2명씩 출국장에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냈다.

출국 3시간 전인 오전 9시30분쯤 이종민 의장이 가장 먼저 공항에 얼굴을 비쳤다. 10여분이 지난 뒤 박삼숙 의원과 김윤순 의원이 나타났으며, 오전 10시10분쯤 이의상 의원을 끝으로 모든 의원들이 탑승수속을 마쳤다.

시민단체는 의원들이 출국장에 나타날 때마다 '외유 연수'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리저리 쫓아다녔다.

이번 연수에 측정된 예산은 4300만원이다. 집행부 3명을 포함하면 1명 당 390만원 정도 쓰는 셈이다. 실제 연수 일정을 보면 1일 1~2개의 공식 일정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구체적 내용 없는 '문화 탐방'으로 채워져 있었다.

박형렬 기획총무위원회 위원장은 "다른 지역 의원들이 가는 곳과 다르게 서구의원들이 가는 곳은 비교적 배울 게 많다"면서 "다녀와서 배운 점을 정리해 공식적으로 언론에 보도자료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13일에는 연수구의원 17명이 복지정책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미얀마로 출국한다. 이렇게 되면 계양구의회를 제외한 인천지역 7개 구의회가 수천만원씩을 들여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게 된다.

남동구의회 사회도시위원회 의원 8명은 지난 1일 대만으로, 총무위원회 의원 7명과 의장은 지난 3일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남동구의회는 상임위원회만 바뀌었을 뿐 지난해에 갔던 곳으로 다시 연수를 하는 것이다.
남구의회와 부평구의회는 일본, 중구의회는 베트남으로 지난 주 초 출국했다. 동구의회는 11월 초 3박5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로 떠났다.

박정환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서지부 사무국장은 "연수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일정 대부분이 '외유성'인 것이 문제"라면서 "제대로 배우고 오기만 한다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보내고 싶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구자영 기자 ku90@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