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겠다며 시행한 지렁이 상자 사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지렁이 키우는 방법이 까다롭고 홍보도 제대로 안돼 이용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남동구는 최근 구민을 대상으로 지렁이 상자 이용을 모집했지만 신청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12일 밝혔다.

구는 친환경적 방법을 통해 음식물 폐기물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이번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지렁이가 들어있는 상자에 음식물 쓰레기를 묻으면 지렁이가 먹어치우는 방식이다.

구는 지난 2012~2013년 주민센터와 어린이집 각각 2곳을 시범 이용기관으로 정했다. 겨울철에 흙이 얼어붙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보완한 뒤 올해 지역아동센터 23곳을 추가 선정했다.

하지만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 지렁이가 잘 살 수 있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기관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음식물의 양도 맞춰야 하고 상자 환경, 흙의 습도 등을 끊임없이 관리해 줘야 했다.

음식물 쓰레기 감소를 위해 들여야 할 공이 크다 보니 일부 이용기관이 상자 이용에 손을 놔버렸다.

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사전 교육을 한번 밖에 받지 못해 지렁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매일 체크해야 하는 지렁이 상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런 실정에도 구는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사업 신청을 받았지만 아무도 호응하지 않는 꼴이 됐다.

결국 구는 사업을 위해 마련됐던 예산 459만원을 다시 환납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도 구는 내년 지렁이 상자 사업 예산으로 360만원을 또 세워 놓았다.

구 관계자는 "조만간 보고서를 받아 사업장 별 실적을 분석해 볼 예정"이라면서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아내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구자영 기자 ku90@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