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투자 돌려막기 위험성 지적 … 가격폭락 '깡통부동산'
전세 보증금 소진 … "은행 관계자 편법 대출 비극의 불씨"
▲ 5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2층 입찰 법정 앞에서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입찰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10월30일 아내와 중학생 딸과 함께 세상을 떠난 A(51)씨가 부동산 경매 사업에 전념하다 빚더미에 앉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가족을 죽음으로 내몬 부동산 경매 사업의 이면을 살펴보기 위해 5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2층 입찰 법원경매 현장을 찾아 경매 전문가를 만났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입찰 게시판에 적힌 매물 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연령 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경매 정보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쉽게 눈에 띄었다.

대체적으로 현장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서로 간의 대화도 거의 없었다.

입찰 시간이 마감된 뒤 입찰 결과 발표 시간이 다가오자 법정 안은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 사람이 단독 입찰에 성공하자 "성공했다"며 기뻐했고, 낙찰받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토지 경매에 참여한 60대 여성 B씨는 "법원 경매는 대부분 서류로 이뤄져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B씨는 주안동 일가족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B씨는 "경매는 본인이 갖고 있는 자본을 모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여윳돈을 갖고 조금씩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언론 내용대로라면 A씨의 행동은 이른바 '돌려 막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건물 경매를 오래 해왔다는 30대 여성 C씨는 "임대 사업자로 등록해 경매에 참여한 경우라면 개인이 부동산 15채를 보유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A씨가 무리하게 경매 사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A씨가 지난 2007~2008년 부동산 호황기일 때 경매 사업에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낙찰 받은 부동산 가격은 현재 절반 이상 떨어져 '깡통 빌라'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 전문가 사이에서는 제2금융권이 불법 대출을 해줌으로써 비극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법원 인근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경매 전문가는 "A씨가 빌라를 늘려 나가면서 계속 은행 빚을 졌을 가능성이 큰 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게 가능한건지 의문"이라며 "은행 관계자가 A씨에게 편법 대출을 해주는 등 불법 행위가 이뤄진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A씨가 소유한 빌라들을 전세로 돌렸는데 전세 보증금이 모두 소진된 것이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싶다"고 했다.

한편 가장인 A씨는 생전에 법원 경매에 나온 부동산을 싸게 구입하고 시세 차익을 남겨 되파는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그의 아내 명의로 된 아파트·빌라는 총 15채였다.

경찰은 최근 이들 부동산에 제2금융권의 명의로 약 9억원 상당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글·사진 구자영 기자·김혜림 인턴기자 ku90@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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