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순두부가 품고 있는 물기마저 완전히 빼낸 뒤, 손으로 집어도 될 만큼 굳은 두부를 일정한 크기씩 칼질을 하면 인민들이 즐겨먹는 모두부가 되었다. 모두부는 상자째로 큰 수조 속에 담가 놓았다가 열이 식으면 바로 건져내어 식료품보관창고로 넘어갔다. 성복순은 각 작업소조의 전일 작업진도를 살펴본 뒤 손수첩을 들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출근하느라 애 먹었디?』

 식료품생산조의 총책임자인 석정달 아바이가 손수첩을 들여다보다 다정한 눈길로 물었다. 성복순은 사무실 중앙에 놓여 있는 난로 곁으로 다가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마니한테 아이까지 맡겨놓고 일찌감치 집을 나왔는데도 진땀납디다. 눈길이 가도가도 끝이 없을 만큼 길케 먼지….』

 『기럴 거야. 복순 동무는 출근길이 좀 멀어야디….』

 아침인사를 주고 받으며 난로 가에서 잠시 몸을 녹이다 보니 식료품생산조의 각 소조 조장들이 모여들었다. 예순이 넘은 석정달 아바이는 돋보기 안경을 끼고 각 소조 조장들에게 일일생산량을 하달했다. 그리고는 생산품의 품질 향상과 원자재 절약에 신경을 써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각 소조의 조장들은 석정달 아바이가 그렇게 원자재 절약 방안에 대해 강조해도 그냥 듣고 마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여댔다. 식료품생산조에서 만들어내는 된장이나 간장, 그밖의 두부나 기름류의 식료품들은 원자재를 적절하게 써야 제대로 맛이 잡힌 제품들이 생산되지, 원자재는 눈곱만큼 쓰고 부자재만 그 골을 메우듯 많이 쓰면 아무리 정성을 들여 식료품을 만들어도 제대로 맛이 잡힌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정말 답답소! 누가 기따우 소리 몰라서 기러나? 공화국 경제사정이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니까니 아끼고 또 아끼자는 소리디….』

 석정달 아바이는 소조 조장들을 한바탕 꾸짖어 놓고는,

 『동무들도 오며가며 많이 봤을 게야. 8·3인민소비품직매점 앞에 인민들이 길다랗게 줄 서 있는 모습을. 기런 인민들한테 우리가 만든 생산품을 하나라도 더 공급해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자재를 아끼고 또 아끼면서 열과 성을 다해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야 된다는 말이오. 이자 알아듣겠소, 말뜻을?』

 『그 말씀이야 알아듣지요. 기러나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제품을 만들어도 절대량의 원자재가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맛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뿐이라요…기카구 8·3인민소비품직매점 앞에 길다랗게 줄 서 있는 인민들 말입네다. 그 사람들 진짜 양말 한 켤레, 빗자루 한 자루가 절실해서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두 조장 아바이는 알고 계셔야 합네다.』

 된장소조의 왕수련 아주머니가 괄괄한 목소리로 한마디했다. 그러자 각 소조의 젊은 아낙들이 무언의 시선으로 왕수련 아주머니를 도왔다. 아주머니 잘 한다고. 그러자 석정달 아바이는 서운한 눈길로 진의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