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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축구를 월드컵에서 4강으로까지 진출시킨 거스 히딩크 씨는 명감독일뿐 아니라 품위있는 외교관이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지 2년 후 필자는 평소 여행을 함께하는 상미회(尙美會) 회원들과 함께 히딩크 씨가 감독으로 있던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을 찾았다. FIFA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자문역을 맡고 있던 필자와 알고 지내던 히딩크 감독은 상미회 회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오늘 저녁 좋은 선물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날 저녁 아인트호벤 축구팀은 프랑스의 옥세르 팀과 유럽 리그전을 벌렸고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를 전·후반전에 출전시켰다. 히딩크에 의해서 유럽 팀에 합류한 두 선수의 활약을 보면서 세계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감했다. 히딩크가 발굴해서 키우고 유럽 무대로 진출시킨 두 선수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명감독의 역할을 실감할 수 있었다.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선수단의 전적에 모든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10여년 전에는 4강까지 진출했던 나라의 대표 팀이라고 하기에는 낯 뜨거운 장면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벌어진 알제리와의 대전 때에는 서울에서만도 10만여명이 거리응원에 나섰지만 잇따른 실점에 집단적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축구 강국 독일에서는 베켄바워 선수가 2006년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지내고 지금은 FIFA 집행위원으로 있다. 프랑스의 미셸·플라티니 선수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지내고 FIFA 부회장과 프랑스 축구연맹(FFF) 부회장을 거쳐 지금은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맡고 있다. 선수 출신들이 축구계를 이끌고 있는 유럽축구는 근본부터 강하다. ▶한국선수단의 실망스러운 경기를 중계하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정확한 예상과 정곡을 찌르는 논평은 우리 팀 경기에 실망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영표 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 라면서 앞으로 K리그를 위해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모두가 평소에도 축구에 열정을 가지고 후원해야 한다는 그가 한국 축구의 지도자가 되어 재도약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