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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제롬·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와 함께 자유공원의 멕아더장군 동상과 제물포 구락부건물(현 문화원), 인천 개항박물관과 차이나타운에 있는 짜장면박물관을 둘러봤다. 90년대 초에 프랑스 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다가 대사가 돼 두 번째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파스키에 대사는 한마디로 「매력있는 곳」이라고 중구를 평했다. ▶일본 규슈의 오이타 시(市)에서 살고있는 카나도미(金富) 씨는 한국 관계 자료를 수집하는 분인데 필자와는 20여년 전부터 몇 차례 만나 자료를 교환하는 동호인 같은 사이다. 인천 향토사연구회에서 주최했던 개항기의 인천 모습을 담은 그림(사진) 엽서전과 지난해 개항박물관에서 열렸던 「개항기의 인천풍경」 전시회 도록을 보면서 「역사와 문화가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인천광역시의 10개 기초단체 중에서 구세(區勢)와 평균지가(地價)가 하위권에 속하는 중구는 개항 초기부터 인천의 중심지였으며 이곳을 통해 서양문물과 제도가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철도, 우편전신제도, 호텔 신교육, 화폐, 기독교가 인천에서 최초로 건설되거나 시행됐다. 비록 인천이 외세의 강압에 의해서 개항되는 치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이뤄졌고 산업국가의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오늘날 중구가 인천의 치부로 전락하게 된 것은 무분별한 도시 확장으로 시청과 법원·검찰청 등이 이전하고 대규모 아파트촌이 생겨나면서 중산층들이 중구를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의 평택항과 인천 신항 등 대체항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구 일대에 철조망을 쳐놓고 내항에서 공해 유발 화물을 계속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산항과 인천항을 지금 비교하면서 항만 기득권 세력은 각성하라』는 현수막이 중구 곳곳에 붙어있는 것은 오늘의 현실을 축약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김홍섭 씨가 중구청장에 당선됐다. 육체적 난관을 극복하고 그동안 차이나타운과 문화의 거리 조성 등 중구 활성화에 애써왔고 대불호텔 터를 기부 체납하는 등 중구 발전에 애써온 분이다. 앞으로 중구를 문화시설과 문화 활동의 근거지로 만들어 매력있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