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에 우리나라 문단을 이끌 새로운 문사들이 탄생했다.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평생학습관은 만개하는 여름꽃 같은 얼굴로 물결쳤다. 제29회 새얼전국학생·어머니백일장 시상식을 치른 이날 행사장은 초등학교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미래 문인을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찬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29년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치러진 이 백일장은 우리나라에서 전국 학생과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백일장은 단순히 미래 문인만 배출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백일장은 '좋은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사람을 연구하는 '인문학' 최고의 잔치라는 말이다. 이 인문학 잔치가 오직 인천에서만 활성화했을 뿐 전국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백일장 행사를 점차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인천에서 만큼은 황소걸음처럼 뚜벅뚜벅 백일장을 개최하고 있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철학과 관점이 있는 글보다는 가벼운 말과 남 흠담하기를 좋아한다. 인문학적 감성의 향기를 풀풀 뿜어내는 종이보다는 냉소적인 관음과 비방이 판치는 사이버공간을 선호한다. 이러다 보니 아름답고 논리적이며 감성적인 글을 원고지에 꾹꾹 눌러 쓰는 백일장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
새얼문화재단이 이처럼 인기 없는 백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사람의 온기'를 계속 남아 있게 하기 위함이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이날 시상식에서 "백일장 수상자들이 나중에 무슨 일을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줬으면 한다"는 말을 한 데서 읽히듯 새얼백일장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사람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행사가 새얼백일장이다. '좋은 사람이 사는 도시가 좋은 도시'라는 지론을 늘 강조해온 지 이사장과 새얼문화재단 직원들의 철학이 담긴 새얼백일장과 같은 행사가 많을수록 우리 사회엔 좋은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