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이다. 무더운 현지 날씨 속에 전후반 90분을 뛰느라 수고한 태극전사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좀 더 열심히 뛰었으면 이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교차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대부분의 국민이라면 이런 결과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는 유년시절에 축구는 아니지만 다른 스포츠로 잠시 선수생활을 했었다. 그 때 나는 상대팀을 꼭 이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훈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내용이나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많은 일은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승패가 목전에서 갈리는 스포츠는 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스포츠 영화 안에서 관객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결과와 상관없이 감동을 받고 재미를 느낀다.
오늘은 감동적인 축구영화 한 편을 소개할까 한다.

영화 <골, 2005>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뉴캐슬팀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소년 시절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한다.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축구선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조차 보이지 않던 어느 날 우연히 전직 축구선수이자 영국에서 스카우트돼 활동하는 글렌 포이를 만나면서 그는 축구 종주국인 영국에서 명문클럽인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테스트를 받아 입단하게 된다. 그 후 갖은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해피엔딩 스토리의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뉴캐슬팀 감독이 연습시합을 중단시키고 주인공을 불러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개인기가 뛰어난 산티아고가 패스를 하지 않고 드리블을 하다가 종종 볼을 뺏기자 감독은 그를 불러 자신이 공을 찰 테니까 골대로 뛰어가라고 지시한다. 감독은 잡을 수 없는 속도로 공을 골대에 차고 주인공은 그 공에 다가가지도 못한다.
감독은 주인공을 불러 "무엇을 배웠냐"고 물어본다. 주인공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중거리 슛도 골로 될 수 있다"라고 확신 없이 이야기한다. 이에 감독은 "그게 아니야, 공은 너보다 빠르다. 그래서 패스를 하는 거야. 우리는 한 팀이야, 원맨쇼가 아니야. 유니폼 앞에 써 있는 이름(팀이름)이 뒤에 있는 이름보다 더 중요해?"라고 산티아고에게 이야기한다.
감독의 대사처럼 축구경기는 결코 한 명이 잘해서 경기를 이길 수 없다. 모든 팀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11명의 선수 중 특정 선수 한 명이 실수를 해서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11명의 선수 모두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게 팀 스포츠이다.
영화에 나온 주인공의 과정을 본 영화관객처럼 그 선수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축구팬으로서 비난보다는 격려의 응원이 맞다.
23일 새벽 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 vs 알제리전 결과가 이미 나왔다. 4대2라는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홍명보 감독 이하 코치와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를 치고 3차전을 다 같이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