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깁다 3.8㎞' … 사라진 주인선 소개
▲ <기억을 깁다 3.8㎞> 사진 류재형 글 김상태 다인아트 204쪽 2만7000원
1959년 개통된 주안-남인천역

1994년 폐선 후 주인공원 조성

역사·풍경 기억 되살려 정리

인천의 '주인선'을 아시나요? 현재 주인공원(朱仁公園)이 된 주인선(朱仁線)은 인천광역시 남구 주안역과 남인천역 사이(인천항 들어가는 입구)에 부설된 철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1957년 10월1일에 착공해 1959년 2월 20일 시운전을 하고 그 해 3월1일 개통식을 가졌다. 총 연장길이 3.8㎞로 남북으로 가로질러 주인선이 부설됐던 것이다.

1959년 6월29일 주인선은 7월1일부터 1일 4왕복의 열차운행으로 미군용 화물수송을 시작했다. 일부 여객 목적으로 사용된 경우도 있었는데 주한미군들이 인천항을 통하여 전출입할 때 이 철도를 이용했고, 한 때 인천거주 징병대상자들이 남인천역이나 남부역에 집합하여 입영열차를 타고 주인선을 거쳐 논산의 육군 제2훈련소까지 실려 갔다.

1985년 11월15일에 그 운행이 끝났고, 1994년 4월22일 제4차 철도청 정책심의회의 결과보고 회의에서 주인선(주안-남인천간 3.8㎞)활용방안이 결정됐다.

그 과정에서 주안역에서 제물포역입구(약 2㎞)는 존치하고, 제물포역 인근철교에서 남인천역구내 입구까지 약 1.8㎞는 폐선을 결정했다. 이로써 주인선은 1994년 4월22일 폐선이 결정됐다. 2005년 인천시는 이 구간을 주인공원으로 조성했다.

새책 <기억을 깁다 3.8㎞>(204쪽·다인아트)는 지금은 잊혀진 주인선의 궤적을 좇는 책이다. 인천의 철길 시리즈 1편인 이 책은 주인선 철길을 따라 역사와 현장을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저자 류재형 씨는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길을 '청복'(淸福)이라 했다. 밝은 즐거움이란 뜻이다. 누군가 길을 떠날 때는 '설레임'만을 가지고 나서라고 하기도 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길을 따라 걸으며 무엇을 특별히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그저 무엇을 만날까하는 설레임만을 가지고 나서기로 했다. 길 따라 우리 앞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주인공이었기에. 목표가 없다는 것은 대본이 없다는 것이지, 무계획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미담완보(美談緩步)의 감동과 느긋함으로 기억의 흔적을 따라 철길을 빌렸다"고 출간취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철길을 걸으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각기 다른 삶의 다양한 모습을 만났으며 그들 삶의 좁은 공간 한 켠을 내어 텃밭으로 삼아 꽃을 심고 상추를 키우며 다정한 포도덩굴이 끌어안은 생활공간의 소박한 모습에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철길 곁으로 간간히 남아있는 맛 집과 흙이 있는 공간이 야박하리만큼 작지만 그 틈바구니에도 맛 집 재료를 공급하는 푸성귀들의 정취, 기차길 옆 오막살이는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 같은 그림으로 일체하고 있었다.

공동저자 김상태 씨는 "철길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됐는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철길을 밀어 넣은 것인지 주택과 섞여있는 철길의 구조가 제국이 막무간으로 통치한 도시체계의 형성을 보는 듯하다"며 "개항과 더불어 들어온 철도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철저하게 바꾸어 놓았으며 소통의 방식도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교통과 운송수단의 발달은 인간의 삶의 모습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화시켰다"며 인천시 남구는 인천의 중심지답게 많은 철길들이 얽혀있으나 지금은 아련한 기억 속의 철길이 더 많다고 회상한다. 수원과 인천을 연결하던 수인선, 인천과 부두를 연결하는 화물열차선, 남인천역과 주안을 연결하는 주인선, 화물부두와 OCI(구 동양화학)선 등 철길과 관련한 우리들의 기억을 되살려 봄으로써 철길에 대한 아련한 단상들을 통해 역사를 정리하고 인천의 존재가치를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하는 철길 시리즈의 첫 번째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들은 철도가 실어 온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바꾸어 놓았는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기억을 깁다 3.8km> 출판기념회는 오는 17일 오후 4시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진행된다. 출판기념회는 최근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인천시민의 마음을 위로하는 추모성격과 인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 취지에서 북 콘서트의 형식을 빌어 홍보와 문화예술의 접목을 꾀하기로 했다. 1부 사인회를 시작으로 2부에선 서승아(지신무 퍼포머/ 인천출신의 부토무용가)의 '세월호를 묻다' 가 약16분 정도 공연된다. 이어 인천문화예술 인사들의 책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i신포니에타의 클래식 공연, 저자와의 대화, 박혜경(현대무용가, 전 인천무용협회 회장)의 춤이 펼쳐진다. 2만7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