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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라는 책으로 애서가를 자처하는 이들을 주눅 들게 만들었던 일본의 저술가 '타치바나 다카시'는 유쾌한 지적(知的) 괴짜다. 우주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우주로부터의 귀환'과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뇌를 단련하다' 등은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탐구자'로서 이름이 나 있지만, 그칠 줄 모르는 지적 욕구를 담아둔 개인 도서관(소장도서 약 5만 권)을 건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도쿄 분쿄쿠(東京 文京區 )의 자투리땅에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빌딩을 세웠는데, 이름이 '네코 비루(고양이빌딩)'이다. ▶눈을 크게 뜬 검은 고양이 얼굴을 빌딩 모서리에 커다랗게 그려 놓아 붙여진 명칭이다. 이를 보면 '타치바나 다카시'도 심미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본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를 끔찍이 좋아하는 일본인 특유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양이의 나라'이다. ▶어딜 가나 고양이가 있다. 신주 모시듯 모셔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네키 네코'라 해서 기묘하게 앞발을 든 상이다. 오른발을 든 것은 '재물'을 부르고, 왼발을 든 것은 '손님'을 부른다는 얘기인데 서양인들이 그들을 '이코노믹 애니멀(경제동물)'이라고 비아냥대던 일이 생각난다.▶'마네키 네코'는 말할 것도 없이 장사가 잘 되게 해 달라고 비는 부적 같은 기원물의 하나로 두 발을 든 모양은 보기 어렵다. 너무 욕심 부리면 장사를 망친다고 해서 만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흰 바탕에 갈색 반점을 찍은 모양이나 금색, 검정색 고양이도 최근에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고양이를 '요물'로 여겨왔던 데 반해, 일본인들이 고양이 중독현상을 보이는 것은 '고도쿠사(豪德寺)'라는 절에 얽힌 고사와 관계가 있다. 옛날 그 지역 영주가 매 사냥을 갔다가 절 앞을 지나게 됐는데 고양이가 손짓해 절 안에 들어갔다가 비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듣고 보면 별것도 아닌 이야기로 시작된 '마네키 네코'인데, 그걸 인천시 중구청이 구청 앞에 보란듯 두 마리나 세웠다니 희한한 일이다. 구청이 장사에 나서기라도 했단 말인가? '관광'이든 뭐든 간에 격(格)을 갖추지 못하면 품위를 잃는 법이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