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5년 취재를 마치며
11. 新 실크로드, 중앙아시아가 해법이다
   
 
   
 


인천일보와 인하대는 인천이 한국의 경제수도를 넘어 21세기 동북아 허브도시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실크로드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지난 5년에 걸쳐 실크로드의 대표적인 루트인 오아시스 길을 탐사했다.

우리의 장기간에 걸친 실크로드 탐사는 실크로드가 과거 속에 묻힌 길이 아니라 오늘도 그리고 미래도 인류의 문명을 잇는 대동맥으로 살아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의 장안을 출발하여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이어진 장대한 길인 실크로드는 물품의 교역이 중심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동서양의 인종과 종교, 사상과 문화 등도 상호 교류되었다.
 

   
▲ ① 중국 서안 병마용.


특히, 중앙아시아는 광대한 지역이 포함되는 실크로드선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동서양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도 있지만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한 소그드 상인들의 공동체 조직은 실크로드 교역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문자가 실크로드 교역의 공통언어로 소통된 것만 보아도 중앙아시아의 위상은 한층 높았던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위상은 고대뿐만 아니라 오늘날도 중요하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에 따른 중앙아시아 5개국의 독립은 새로운 동서교역을 여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석유와 가스, 금과 우라늄 등 에너지 자원의 보고인 중앙아시아가 독립과 함께 21세기의 신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과거 소비에트연방시절의 원재료 공급기지의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 ② 중국 신장 돈황 막고굴.


그러므로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은 외부 국가들의 재원과 기술지원 없이는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중국은 이러한 중앙아시아의 고충을 간파하고 어느 나라보다 먼저 이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많은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에게 있어서 중앙아시아의 독립은 과거 당나라 시절의 실크로드의 영광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30년간 펼친 개혁 개방정책의 경제적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수출시장 및 에너지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점에 있어서도 중앙아시아는 자원과 노동력의 이동이 가능한 곳이기에 중국으로서는 이웃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경제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며 이곳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2001년 상하이협력기구를 출범시키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협력과 무역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 ③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이슬람 사원.


중국의 대 중앙아시아 프로젝트는 일정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이 지역과의 무역 규모 확대를 위해 신생국들과 상호 이익을 강조하고 마찰을 피하며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력, 교통, 통신 등과 같은 기반시설의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무역과 투자의 편리성 증대를 위해 화물, 자본, 서비스와 기술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중국의 중앙아시아 프로젝트는 서부대개발과 궤를 같이한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종횡으로 뻗어가는 고속도로의 건설은 바로 중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중앙아시아 각국과의 철도 연결, 무상재정 원조와 무이자 차관 및 우대신용 차관 등을 통한 금융협력과 통합도 이뤄지고 있다.
 

   
▲ ④ 투르크메니스탄 마르구스 유적.


이는 사실상 경제통합을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중심은 중앙아시아 접경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다.

이곳은 소수민족인 위구르 족이 대다수이며 중앙아시아와 종교적인 요소도 관련이 있다.

이곳의 성도인 우루무치는 21세기 중국의 실크로드 건설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했다.

이제 중국은 또 다른 중앙아시아 정책을 펼쳐가고 있다.

조용한 경제외교 전략에서 한 단계 발전하여 중앙아시아 국민들이 염려하던 위대한 중국으로의 편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감추고 힘을 길러 때를 기다린다)의 전략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국제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직접 개입하여 중국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국제환경을 주도한다)로의 전략 수정에서도 알 수 있다.
 

   
▲ ⑤ 이란 페르세폴리스.


중국의 경제성장은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지도자들의 전략은 중국인들의 국력을 집중시켜 2050년, 중화중심주의를 통한 사회주의 강대국 건설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오래 전에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수동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해외로의 진출전략(走出去)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 중앙아시아는 중국의 대외 진출과 투자의 우선지역이다.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과 자국의 상품 소비시장의 구축에 따른 대중화 경제권 건설의 시범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역을 통한 수출만이 살 길인 우리의 중앙아시아 전략은 무엇인가.

몇몇 대기업의 진출과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진출의 미비만이 목도되고 있다.

중앙아시아가 가지고 있는 중요성의 정도로 미뤄 본다면 우리의 투자전략은 시장경제논리가 아닌 국가적인 차원의 전략수립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과 기타 국가가 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 향후 체제의 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현상과 발전방안, 환경과 의료, 교육 등과 같은 경쟁력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 ⑥ 시리아 팔미라.


우리가 실크로드의 출발을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하고 끝맺음도 다시 중앙아시아에서 하는 것은, 고대와 근대에도 그랬듯이 현대와 미래에도 중앙아시아는 인류문명의 교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 절실함이 우리로 하여금 다시 중앙아시아에 서게 하였으며, 이것이 또한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함을 새삼 온몸으로 절감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비전 성취, 나아가 인천이 동북아 허브도시로 성장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끝>

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 탐사취재팀

/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 ⑦ 요르단 페트라.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olo21@hanmail.net

※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실크로드 시리즈'가 이번회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보도한 내용은 2012년 책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소통과 융합이 발전 원동력
인류 공동번영 모색하게 돼

탐사소감 /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지난 5년간의 실크로드 탐사는 많은 것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한자권의 아시아 문화의 틀에서 벗어나 이국의 문명과 습속을 접하면서 인류문명의 발전은 끊임없는 교류의 결과임을 알았습니다.

이는 다름 아닌 소통과 융합의 과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이 사회구성체의 한 부분이자 이를 견인하는 원동력임은 바로 소통과 융합을 통한 새로운 문명에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탐사한 지역들은 대부분 무더위가 극심한 지역이어서 지금 돌아보아도 그날의 숨 막힘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날씨보다 더 숨 막히는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폭탄테러 현장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던 때, 사막 한가운데 멈춰 선 자동차를 고치기 위해 땀조차 흐르지 않던 때, 기관단총을 가슴에 겨눈 채 꼬치꼬치 캐묻던 국경검문의 삼엄함 등 수많은 고난이 우리를 숨 막히게 했습니다.

이를 이겨내고 마침내 실크로드 탐사를 완수하자 뿌듯한 자부심이 숨 막히게 합니다.

실크로드는 저 자신에게도 삶을 새롭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입니다.

5년간의 실크로드 탐사를 진행하면서 실크로드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동서와 남북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지구촌 건설이 그것입니다.

인류의 다양성에 근거한 상호협력과 발전, 문화적 소통과 융합, 조화로운 평화의 구축을 위해 실크로드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모든 민족과 국가들이 이를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았습니다.

지난 역사를 반추해보면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강압과 정복을 통한 독차지만이 최선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변화 발전합니다.

지난 역사에서 발견한 소통과 융합을 살려 인류의 공동 번영에 관한 보다 발전된 역사쓰기에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인류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려와 사랑이야말로 실크로드가 던지는 새로운 화두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려와 사랑으로 뭉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욱더 실크로드로 나갈 것입니다.

실크로드는 하나가 아니고 무궁하며, 끝없이 확장되어 이어지는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 ⑧ 터키 이스탄불 소피아 성당.
   
▲ ⑨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 ⑩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