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과장은 우리 함께 뜻을 모아 김문달 중좌를 환영해보자 하면서 선동사업을 벌이다 안전과 옆에 있는 경비과로 넘어갔다.

 기요과장은 경비과에서도 똑 같은 수법으로 선전선동사업을 벌였다. 경비과에 소속되어 있는 안전원들은 하나 같이 충격을 받으며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도 안전국에서 내려보낸 전보통신문을 엿보고는 기요과장이 전달하는 말 전체를 사실 그대로 받아 들였다.

 기요과장은 그런 정보파급효과를 한껏 이용하면서 낙원군 사회안전부 청사 내를 한껏 휘젓고 다녔다. 그러자 곽병룡 상좌의 맏아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났다는 소문은 사회안전부 내에서 듣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말았다. 서너 사람씩 모여 앉아 쑤군거리며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가는 소문은 이제 어느 누구도 걷잡을 수가 없었다.

 퇴근 시간이 지난 오후 아홉 시경에는 사회안전부 아파트 내에서도 이 소문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바깥 세대주가 퇴근해서 저녁을 먹으면서 직장에서 들은 소문을 가족들한테 털어놓은 것이다. 마침 인민반회의가 있는 날이라 그 소문은 회의장에서 또 한번 튀겨지면서 사회안전부 아파트단지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퇴근길에 인민반회의에 참석했다가 이 소문을 전해들은 정남숙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어주러 현관까지 나왔다가 굳은 얼굴로 들어오는 며느리를 보고 의아하게 느낀 손씨가 물었다.

 『어디 아프네? 얼굴에 와 그렇게 핏기가 없네?』

 정남숙은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시어머니를 지켜보다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머님 우린 이자 어케야 합네까?』

 『와 그러네?』

 손씨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남숙은 세대주가 평양에서 돌아올 때까지 인민반회의에서 들은 내용을 시어머니한테 전하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하다 얼떨결에 그만 털어놓고 말았다.

 『인구 나무라면서 혼자 그렇게 애 태울 거 없다. 아범 평양 갔다 오면 같이 의논해서 날래 이곳을 떠나자. 인구도 오직 다급했으면 부모형제한테 이렇다 말 한 마디 전하지 못하고 그 먼 곳으로 몸을 피했겠는가. 미워도 내 손자고 못 나도 내 손자다. 내 앞에서는 두 번 다시 그 아이 탓하지 마라. 그저 천리 타관이나마 집 걱정 잊고 통일되는 그날까지 몸 건강히 살아 있기만을 빌어라….』

 손씨는 언젠가는 이런 날이 돌아오리라고 마음속으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며느리가 사색이 되어 들어와 생채기를 내듯 자기 자식을 원망하는 것을 보고는 며느리를 나무랐다. 동네 사람들이야 자신의 큰손자가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넘어 가버렸다고 흉을 봐도 어미는 절대로 동네 사람들 편에 서서 자기 손자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서 말했다 그 손자가 어떤 손자인데 동네 사람들이 함부로 흉을 보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