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구렁이가 지나간 자국도 아니고 몸을 어케 다쳤으면 그 좋든 몸이 이 모양이 되었을까…?

 복순은 흉하게 비틀린 부비서의 등판을 내려다보다 잘래잘래 고개를 흔들었다. 굴러 내리는 바위에 깔릴 때 등판과 옆구리도 심하게 다쳤는지 등판 전체가 온통 흉터 투성이었다. 팔뚝이 잘려나간 왼쪽 어깨 밑에는 얇은 살가죽이 툭 불거져 나온 뼈를 감싼 채 우무처럼 흐늘거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건장하던 유동 오빠의 몸이 어카다 일케 흉하게 비틀렸을까?

 서로 떨어져 잊고 살았던 무심한 세월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녀는 신체의 오장육부가 흉하게 비틀린 듯한 부비서의 몸이 이 모양이 된 것은 마치 자기 탓이라도 되는 듯 그의 몸을 옛날 세대주의 몸이라 생각하고 한동안 지성껏 주물러 주었다. 그러다간 엄지손가락으로 상체의 경락 부분을 꾹꾹 눌러 지압을 해주었다. 그때마다 부비서는 온몸 전체의 핏줄이 팽팽하게 당기는 듯 『으으으』 하면서 탄성을 내질러대기도 했다.

 『오빠, 시원해요?』

 『기래, 꽉 뭉쳐있던 어혈 덩어리들이 다 풀어진 것 같다. 이마에 끈끈하게 땀도 배어 나오는 것 같구….』

 『땀이 나온다는 건 혈액순환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야요. 담 든 어깨가 완전히 풀리게 물찜질도 좀 해 드릴 테니까니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엎드려 계시라요.』

 부비서는 엎드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복순은 뜨거운 물 함지에 담가 놓은 수건을 건져내어 꼭 짠 뒤, 부비서의 양어깨 위와 허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엎드려 있는 부비서의 발가락과 장딴지, 허벅지와 엉치뼈 위에까지 학습지도원이 가르쳐 준대로 부드럽게 주물러 굳은 근육을 풀어 주었다. 그러다간 자리에서 일어나 엉치뼈와 등뼈가 맞물리는 허리께부터 발바닥으로 자근자근 밟아내려 왔다. 부비서는 아파서 그러는지 시원해서 그러는지, 그녀가 장딴지 근육에 이어 발바닥 주위를 밟아댈 때마다 또다시 『으아아….』 하면서 괴이한 탄성을 내질러대기도 했다.

 『오빠, 이제 돌아 누우라요.』

 부비서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돌아누웠다. 복순은 담요를 내려 부비서의 아랫도리를 덮어주고는 아랫배 부위를 한참 주물러주다 뜨끈뜨끈한 물수건을 갖다 올렸다. 후끈후끈하게 느껴지는 물수건의 열기가 혈관을 타고 온 전신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부비서는 지긋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지성껏 자기 몸을 주물러주는 복순을 올려다봤다.

 내가 그 때는 정말 출세욕에 눈이 멀었디. 일케 마음씨가 곱고 손끝이 곰살궂은 려자를 내버리다니…천벌을 받았어. 길치 않으면 내 몸이 일케 망가디디는 않았을 기야….

 자신을 위해 혼신을 다해 봉사해 주는 여자를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왜 거두지 않고 잊고 있었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감 때문에 부비서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