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사태가 10일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선수와 구단 양측 모두 사태의 장기화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때문이다.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 생활의 수단인 선수들로서는 시즌 개막이 닥친데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선수협을 등진 상황에서 더 이상 현행 선수협 집행부를 고집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각 구단 역시 그동안 불합리한 규약 등으로 선수들을 착취해왔다는 여론의 비난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데다 스타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선수협 소속 선수들을 배제한 채 시즌을 개막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타협에 나선 셈이다.

 또 신생팀 SK의 창단이 임박하면서 프로야구 정상화를 바라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보태져 시범경기를 하루 앞두고 선수협 사태가 해결됐다.

 선수협과 구단간의 타협의 기미는 9일 밤부터 선수협 지도부와 각 구단 주장들이 회동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한때 선수협에 모두 가입했다가 선수협의 의도와 투쟁방향에 반발해 탈퇴했던 대다수 선수들을 대변한 주장들은 「무의미한 소모적 투쟁을 중단하자」고 선수협 지도부를 설득했고 선수협 지도부는 대신 「불합리한 규약 개선」의 보장을 요구했던 것.

 정부의 중재안도 선수협이 내세운 제도 개선 요구를 제도권 안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대신 각 구단이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현 선수협 해체와 재결성 쪽으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선수협은 올 연말 공식적으로 선수협을 재결성할 수 있는 보장을 받았고 선수들에게 우호적인 공익단체 대표를 여럿 포함시킨 제도개선위원회 구성을 확약받았다.

 그러나 이날 합의에 따라 선수협 사태는 일단락이 됐지만 18년동안 쌓여온 선수와 구단 사이의 불신의 두께 때문에 앙금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양측이 합의한 제도개선위원회의 활동 결과에 따라 양측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11월 새로운 선수협 결성을 둘러싸고 구단과 선수들간의 힘겨루기가 또 한번 벌어질 우려가 있다.

 선수협 사태가 불씨는 일단 가라앉았지만 서로 열린 마음으로 진정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없으면 위기는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