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윤명 역사 소설 '묵장' 펴내

서예 김정희·그림 조희룡 다뤄


산숭해심.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는 뜻이다. 불긍거후. '남의 수레 뒤를 따르지 않겠노라'는 의미다. 전자는 추사 김정희를, 후자는 우봉 조희룡을 각각 표현해주는 말이다.

새책 '묵장'(가쎄·512쪽)은 19세기 조선 묵장의 두 영수 추사와 우봉을 그렸다. 글씨로 정점을 이룬 추사와 그림으로 최고봉에 오른 우봉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1786년생인 추사와 1789년생인 우봉은 세 살 차이로 같은 조선 후기를 살았다. 추사의 글씨는 조선을 넘어 천하의 것이었다.

그의 글씨 한 점을 얻기 위해 왜나라와 청나라 사람들이 수없이 국경을 넘나들었다.

연경의 청유 16인은 불후의 명작 세한도에 먼저 찬을 적겠다고 요란을 떨기도 했다.
추사는 명실공히 최초의 한류스타였다. 천하가 그를 흠모하고 떠받들면서 한류바람을 일으켰다.
그런 추사에게도 마음속으로 경계하던 라이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우봉이다.

조선의 정체성을 지키려했던 우봉은 누구나 노력하면 최고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수예론을 주장했다.
'서권기문자향'이라는 문인화의 전통적 가르침을 고집한 추사와는 당연히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설타스님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해 추사와 우봉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조선의 두 남자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소설가 윤후명은 추천사에서 "두 사람의 예술적 대립과 긴장이 화해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고뇌와 함께 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파헤친 필치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만3천800원
 
/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