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연 첫 장편 '부용꽃 여름' … 현대인 고뇌 묘사
소설가 유시연씨가 첫 장편소설 '부용꽃 여름'(개미·280쪽)을 펴냈다.

'부용꽃 여름'은 생의 불가해함을 받아들이지 못해 떠도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책에서 20십대는 고통이다. '주연'과 '안드레아'는 같은 해에 각각 결혼과 사제로서의 길을 선택한다. 결혼하는 순간 주연은 고통과 맞닥뜨리고 안드레아 역시 자신의 길에 대해 고뇌한다.

어린 여자애와 불륜을 저지른 남편 선우를 보낸 주연은 심한 몸살을 앓지만 그 또한 행복할 권리가 있는 인간이라 이해하기로 한다.
선우의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지오. 그 와의 관계는 사랑의 불가해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의탁하려고 찾은 피정의 집에는 안드레아가 있고, 맞은편 골짜기 암자에는 무상 스님과 연화보살이 치열한 자기의 생을 살아가는 중이다. '견디어냄'이라는 의미를 지닌 사바세계. 이들이 엮어가는 삶의 흔적엔 현대인의 부조리하고 아이러니한 모습이 배어있다.

'부용꽃 여름'은 과연 인간에게 구원은 있는가,
인간에게 사랑은 있는가 질문한다. 신과 인간의 구원에 관한 문제를 무상 스님과 안드레아에게 묻고 있지만 그들 역시 방황하는 영혼일 뿐이다.

어쩔수 없이 어긋나는 남과 여의 문제는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의 경계만큼이나 어려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순간 멀어지는 남자와 그 사랑을 쫓아 방황하는 여자의 운명은 안타깝기만 하다.
유혹이 있는 곳에 은총이 있다는 말은 나약한 한계를 지닌 인간에게 구원의 메시지로 들리기도 한다. 남자가 떠난 후 지극히 평범한 삶을 원하는 주연과 혜원, 두 여성의 삶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유시연은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상실된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주연과 혜원, 사랑을 겁내고 두려워하는 선우와 지오. 사랑은 이들에게 족쇄이자 거룩한 업보 같은 것처럼 비쳐진다. 어긋나는 남자와 여자의 운명은 신도 어찌할 수 없는가. 제우스와 헤라 여신의 복잡한 관계를 빌어오지 않더라도 남녀의 사랑은 고통과 상처의 순환이며 치유의 자기 암시다.

작가는 책에서 발랄하고 간결한 문체와 사유하는 문장을 구사하며, 생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새얼문학회 출신인 유시연은 2003년 '동서문학'에 단편 '당신의 장미'로 신인상에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강원도 정선이 고향이 그는 동국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는 현재 새로운 장편소설을 구상중이며 조만간 문인들의 창작공간에서 장편소설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다. 첫 작품집으로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가 있다. 1만 원

/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