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카베야 후요우 글 그림/산하

안녕, 난 하나. 6살이야.
내 동생 나리는 아직 아기야.

공원이 정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다 같이 술래잡기하는 거야!

치비가 커지고 커져서
하늘을 날면 얼마나 좋을까?
등에 타고, 에잇! 단숨에 날아서 가는 거야.

하나에게 할아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함께 낚시하러 가는 거야.

"엄마 꿈은 꾸면 이루어져?"
"그럼 이루어지지."
"안 이루어지는 꿈도 있어?"

"아니. 없어. 꿈은 간절히 원하면 다 이루어져."
"그렇지? 엄마. 나 원숭이 키우고 싶어. 나 원숭이 사줘."
"안돼. 아파트에서 어떻게 원숭이를 키워. 아빠도 비염 심하고 너도 아토피 심한데 집에서 어떻게 원숭이를 키우냐."

"엄마 내 소원이야. 나 원숭이 키울래. 응? 엄마가 꿈은 이루어진다며.'
"안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저녁 내내 동물농장 비디오를 돌려보던 민지가 다시 발동이 걸렸다. 그동안 민지가 집에서 키우자고 노래를 불렀던 동물들. 강아지, 고양이, 토끼, 병아리. 그러더니 오늘은 원숭이다.

입이 퉁퉁 부어 자기 방에 들어간 민지.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자나 싶어 민지 방에 들어가 보려는데 아이가 문을 급하게 열고 거실로 뛰어나왔다.

"엄마, 엄마 그럼 우리 캥거루 키우자~."
내 얼굴에 확하고 들이대는 A4용지 한 장. 그 속에 캥거루 한마리가 들어있다.
"캥거룰 어따 키우냐~!!"

"화장실에 가둬서 키우면 돼. 내가 똥치우고 다 할께 . 응~엄마!!"
"몬해 몬해 절대 못 해!! 말 같은 소릴 해…."
그러자 민진 이번엔 A4 용지에 말을 그려선 내 앞에 들이민다.
"그럼 말 키우자. 엄마~."
"너~ 진짜 자꾸 이럴래!"

이때 나타난 큰 딸 민정이.
"민정아, 잘 왔다. 민지 좀 말려라."
"안될게 뭐 있어 엄마. 욕조에 상어 키우면 되겠다."
말도 안돼. 절대 안돼. 씨도 안 먹히는 소리 하지도마라. 꽥하고 소리지르니 자기들 방으로 쫓겨 들어간 우리 두 딸내미들. 그러고 한밤중 내내 논 모양이다.

남편이 불꺼준 시간이 새벽 다섯 시.

딸들 방에 들어가 보니 각종 동물그림을 그려 논 A4용지가 바닥에 수북하단다.

아침출근을 서두르며 남편이 하는 말
"근데 진짜루 한번 알아볼까. 원숭인 어디 가서 사야하나?"
"자기까지 왜 그래? 나는 지금 내 집서 키우는 동물로도 충분하거든요."
"푸하핫. 그렇긴하다. 저 가축들 시간 맞춰 제때 먹이 줘. 영양가 풍부한거루다. 나 갔다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