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수교육 앞장서다 퇴임하는 노 재 열 만석초 교장
인천 최초로 학교내장애인 승강기 설치

학습자료 100종개발교육관련 수상 화려

조기·통합교육효과 강조 직업재활제도 개선 시급

교육·상담등 자격증 6개 특수교육활동 지속 의지



특수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던 그가 장애 아동을 직접 가르쳤던 경험은 충격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달랐고 이론만 가지고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발견한 것이다. 뛰어 넘어야 했다. 그렇게 늦깎이로 단국대 대학원에 입학해 특수교육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벌써 30여 년 전. 장애 아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를 몰라 밤낮을 고민해야했던 평교사는 이제 교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이름 뒤에는 '특수 교육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찬사가 따라다닌다.

노재열(62) 인천 만석초등학교 교장이 23일 퇴임한다. 지난 2000년 만석초에 부임한 지 9년 반 만이다. 그동안 특수교육의 선구자로 유명세를 탔으면서도 아직 못다한 일이 남았다고 하는 노 교장은 "시원 섭섭하다"는 말을 되뇌인다.



● 40년을 말하다
노 교장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장애아동은 1986년 축현초교에서 만났던 자폐아다. 비장애 아동들과 행동은 달랐지만 몇 번 본 장학사 이름을 생각해낼만큼 기억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장학사 생활을 하던 1988년, 스승의 날에 그 아동이 보낸 멜로디 카드를 그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는 "그 아이가 이제 많이 자라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특수반 아이들 수는 몇 되지 않지만 저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교사들이 일일이 신경써야 학습 능력이 향상될 수 있어 교사들의 몫이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노 교장은 인천 내 학교에 처음으로 장애인 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몇 년 전부터 학교 기능 보강 사업의 일환으로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 순서대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있지만 불과 6년 전만해도 교육청에 계획을 제출하는 일마저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었다.

수 차례 장학사들을 만나 설득한 덕분에 장애아동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졌고 결국 인천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특수학급 2반을 교육청 지원으로 아이들이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도록 꾸민 것도 그가 여기저기 발로 뛴 결과다.

노 교장이 직접 개발한 학습 자료도 100여 종이 넘는다. '특수학급 경영의 이론과 실제' 등 교육 지침서를 내놨고 지적능력 향상 프로그램인 '지혜의 판'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지난 2008년에는 물리적인 통합이 아닌 교육 과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의 학습적응력 신장' 연구로 이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올해 후속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지난 2002년에는 유아특부분야에서 인천교육대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제 18회 눈높이 교육상을 받았다.

노 교장은 이렇게 자신이 내놓은 성과가 수 만가지이면서도 같이 하는 교사들을 향해 '정말 훌륭한 선생님들이다'며 치켜세운다. 학교가 이 만큼 발전한 것도 잘 따라와준 교사들 덕으로 돌린다. 9년 동안 한 학교에 있을 수 있었던 일 역시 학교 구성원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유능한 교사들과 같이 일을 한 덕분에 손발이 잘 맞아 학교 바깥 일을 할 때도 무리없이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나갈 수 있었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인덕은 있나보다"고 말했다.


● 특수교육 전도사로

그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아동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찾아가기 위한 방안으로 몇 가지를 제안했다.
이동이 어려운 중복장애아동이나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재택순회교육은 시급하면서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지역내 연일학교와 인혜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에 나오기 힘든 아동들에게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노 교장은 인천 지역에 있는 아동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한 달에 4~5천만원의 예산이 지원되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또 장애아동은 같으면서도 다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애아동은 특히 교사와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기에 교육을 받아야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이와함께 통합교육이 이뤄진다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특수학급 아동들만 따로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 운동회 등 또래들과 단체 활동을 하면서 사회성을 길러주는 일도 중요하다. 교육은 같이 하지만 시험과 평가는 차별화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 중등 교육을 받고도 취업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직업재활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재활복지대학을 신설하는 등 관련 교육도 필요하다. 기업과 관공서에서 장애인 의무고용률만 지키더라도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 노 교장의 지적이다.

노 교장은 "장애아동들을 조사해보니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은 이동이 어려워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여건에 놓여 있었다"며 "장학사 재직시절에 개발한 재택순회교육 대상 학교를 늘린다면 일자리도 만들고 장애아동들은 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전 인천 중구 신포동에 살고 있는 졸업생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와 소일거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답답했다"며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에서만이라도 예산 지원만 이루어진다면 채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 교장은 학교를 떠나며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특수교육 전도사로 나설 각오다. 지금도 재능대학,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교사직무연수 강연에도 참여하고 있다. 퇴임 뒤에도 쉼 없는 활동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평생교육사 2급, 노인상담사 2급, 웃음치료사 1급 등 따놓은 자격증만 6개나 된다.

/글=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

/사진=정선식기자 (블로그)ss2chung



■ 노재열 교장은 …

1970년 경기도 이천초등학교 교사
1980년 인천 부평구 부평남초등학교 교사
1988년 인천교육대학교 졸업
1990년 단국대 교육대학원 졸업
1994년~1998년 인천시 남부교육청 특수교육담당 장학사
1998년~2000년 인천 축현초등학교 교감 부임
2000년~ 현 인천 만석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