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상 思
모 여자중학교 1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김모(15) 양은 선한 외모에 미래 꿈이 탤런트인 천생 소녀이다. 김 양은 동료 학생의 금품을 훔친 죄로 법원으로부터 소년자원보호자에게 위탁교육 받을 것을 명령 받았다.

김 양과 개별 상담을 해보니 편모 슬하에서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귀가하지 않을 때가 많았고 의지력이 약해 결석도 잦았다. 언니마저 학교를 자퇴한 뒤 방황하고 있어 절대적인 정신적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우선 가정 방문에 나섰다. 김 양의 어머니와 장시간 대화를 나눠보니 무려 6년 간이나 모녀가 별거해 온 탓에 가정교육은 물론 사랑의 결핍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김 양에게 "가난은 죄가 아니다.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매사에 자신감을 갖도록 도왔다.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를 가려 사귀도록 하고 금품 갈취 등이 범죄 행위임을 인식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지도 기간 도중 중간평가를 했더니 스스로가 잘못을 뉘우치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지금은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복학을 계획하고 있다.

김 양과 같은 청소년들을 접할 때 가끔은 의무감으로 상담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하지만 재밌게 일주일마다 상담 대상 청소년에게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면 방문 상담은 곧 익숙해진다.

이런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만나면 전혀 딴판으로 돌변하는 일도 있어 자원보호자는 밤낮 없이 아이의 행방을 찾기도 한다. 마치 어머니의 심정이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때도 많다. 하지만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 찾아와 용서를 구하면서 새 사람이 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가슴 가득 행복감이 밀려든다. 늘 사랑의 마음으로 아이를 돌봤다고 자부하지만 혹여 바쁜 일상을 핑계로 아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청소년 범죄는 날이 갈수록 그 내용과 도를 달리하기 때문에 소년자원보호자 제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가고 있다. 범죄 예방을 통해 청소년들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길러내고 가정, 학교, 사회 '3위 일체'의 틀 안에서 건강한 꿈나무로 성장시키는 일은 매우 소중한 작업이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4개 대도시에 가정법원이 설치될 전망이다. 가정법원의 역할이 과거의 사건 처리 위주 사법기관에서 벗어나 복지 및 후견적 기능이 강화된 기관으로 개편될 것이라고 한다. 가정법원이 청소년 비행, 가정폭력 등 가정불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사회문제를 예방·치유하는 기관으로 기능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가사재판소 시스템을 전면 개혁하는 까닭은 가사·소년사건이 급증하고 가정법원의 기능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소년보호 사건의 경우 지난 2006년 2만7천275건 접수됐으나 이듬해 3만7천912건, 2008년 4만1천755건, 2009년 7월 말 현재 2만5천673건으로 큰 폭 증가 추세다. 이에 따라 최근 인천지법도 법원 간부들과 소년자원보호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 간담회를 갖고 소년 보호·교화 활성화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인천지법 소년자원보호자들은 육체적·정신적 잉여 에너지를 건전한 방향으로 사용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자원봉사의 참 뜻을 살리는 사회통합 기능 발휘에 힘 쏟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과 참여 의식, 소속감을 높여주는 자율적인 지역 활동에 순수한 봉사정신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재범 방지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제2의 부모 역할, 사랑을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 복지국가의 역기능을 극복하면서 복지사회 실천 기반을 만들어 가는 역할을 조용히 그리고 성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최금자 인천지법 소년자원보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