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UK 오픈 댄스 챔피언십 (The 2010 UNITED KINGDOM OPEN DANCE CHAMPIONSHIPS) 이 지난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영국의 본머스(Bournemouth)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센터 (International Centre)에서 1천여명 이상의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UK 오픈 대회는 전 세계의 댄스스포트(DanceSport)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춤을 추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이 무대에서 우승하는 것을 소원 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댄스스포트 선수권 대회이다.

이처럼 UK 오픈 대회는 영국에서 열리는 전통적인 대회중의 하나인 만큼, 춤과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 날 관객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함께 춤을 추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세계인들이 춤을 통해 하나가 되는 장관을 이뤘다.

대회장인 본머스국제센타(Bournemouth International Centre)는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보았던 체육관의 모습이나 호텔의 볼룸 대회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대 자체가 웅장하면서도 고급스러워 참석한 선수들과 관객들이 정말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잘 꾸며졌다.

대회는 프로페셔널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오전 9시부터, 1라운드 예선전을 시작으로 최종 결승까지, 중간에 약 4시간 정도의 휴식만을 제외하고는 밤 10시까지 계속 펼쳐졌다.
이 대회의 심사위원장으로는 라틴에 도니 번스, 볼룸에 마커스 힐턴이 심사위원들의 배정과 출전 선수들의 자격여부에 관하여 총괄하였다.

이번 대회에서 프로 볼룸 결승에 15명의 심사위원들을 모두 남자로 배치한 것이 매우 이색적이었다. 볼룸댄스 자체의 특성상 남자가 파트너를 리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성 상위 중심의 심사 형태로 꾸며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모든 심사위원들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전후의 댄스 계를 휘어잡은 초창기 볼룸댄스 챔피언들로 구성되었기에 심사에 대해서는 매우 정확하고 예리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회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A석 35 파운드(£35, 원화 약 7만 5천원)에서 C석 18파운드 (£18, 원화 약 4만원)를 내고 입장권을 구매해야한다. 일찍 구매 시에는 약간의 할인 요금이 적용됐다.

이번 대회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필자들도 댄스의 기량 연마를 위해 매일 일정 시간을 연습에 할애하여 늘 진보적인 움직임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바와 같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도 상당한 연습을 통하여 예년과는 달리 개인적 기술이 많이 향상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외적인 움직임 보다 내적 감정 표현에 보다 중점을 두어 몸의 움직임 자체에 리듬감을 실어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올림픽 공식 표어인 '보다 빠르게(Swifter), 보다 높게(Higher), 보다 강하게(Stronger)'라는 용어가 이번 대회에서도 댄스의 움직임들이 음악의 분절음들을 이용한 빠른 동작의 진행, 올바른 자세를 통한 높이 서기, 강한 근력과 지구력을 통한 멀리 움직임들이 강하게 보여지고 있음을 엿볼 수 가 있었다.

항상 대회 뒤에는 두 가지의 교감이 교차한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겸허함. 댄스스포트는 피겨 스케이팅과 같이 심사위원들의 개인적 평가에 기준이 맞추어 지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들을 수반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 프로페셔널 볼룸부문 우승자인 앨리시아 베티(Alessia Betti)는 파트너와 헤어지고, 이번 대회에 다른 파트너와 참가하였으나 결승 진출마저 좌절되는 안타까운 기이 현상이 나타났다.

베티는 지난해 대회에서 결승진출이 전부가 아닌 행복하게 춤을 추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더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베티는 대회 내내 굳은 얼굴이 가시지 않아 춤의 행복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참패의 원인으로 보여진다. 올해 볼룸 우승자는 미국 국가 대표로 출전한 어루네스 비조카스와 카튜사 데미도바가 차지했다. 필자의 코치이기도 한 이들은 올해 처음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비조카스·데미도바 커플은 현재 미국 챔피언이다.
필자들이 그랬듯이 한국과 영국인이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선진국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확실하고, 프로 협회와 아마추어 협회가 서로 도우면서 댄스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 한국 댄스계가 배워 다음 세대에 아름다운 전통이 되도록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필자들은 한국에서의 프로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지난 가을, 5번의 대회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중 2개의 대회에서는 프로 부문 라틴과 볼룸을 모두 우승하였으나 나머지 3개 대회에서는 운영부분의 많은 문제점들로 인하여 대회를 접어야 했다. 이 가운데 한 대회에서는 심사위원들의 담합으로 성적을 조작하는 형태의 대회였기에 이를 알게 된 필자들로서는 주최 측의 부정행위에 대한 수정을 위하여 대회 장소를 떠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주최 측의 대회장의 말은 "한국에 처음 왔기 때문에 한국의 대회 채점 방식을 따라야 한다"라는 터무니없는 변명이었다.

또 다른 한 대회에서는 필자들이 10댄스의 모든 인터내셔널 라틴과 볼룸 종목을 소화하기 때문에 라틴과 볼룸 대회 도중 대회 복을 갈아입을 시간을 배려해야함에도 이런 시간을 주지 않는 대회도 경험했다.
영국에서 세계 교사 협회(IDTA) 수석 심사위원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한국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은 춤의 활성화 보다는 대회를 통하여 돈을 벌고자 하는 주최 측의 욕심이 많은 것 같다"며 한국의 낙후된 댄스대회의 운영 실태를 지적한바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댄스스포트의 아름다움이 하루 빨리 한국인의 가슴에 진정한 예술로서 정착되기를 바란다. 한 대회의 승리 기쁨보다는 '춤' 그 자체를 사랑하는 행복한 마음의 겸허함을 되새겨야할 것이다.


◇인천일보 인터넷 홈페이지(www.itimes.co.kr) 장세형 & 아델의 DanceSport WORLD 칼럼을 보시면 지면 관계상 생략된 부분을 포함한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