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처리과정에서 자민련이 공동여당의 궤도에서 이탈해 독자행보에 나섬에 따라 향후 「2여 공조」 체제에 또다른 중대변수가 될 전망이다.

 자민련은 8일 선거법을 처리하면서 민주당의 1인2표제안 대신 한나라당의 1인1표제안에 동조, 이를 관철시켰다.

 자민련이 이처럼 국회의 주요 법안처리과정에서 야당인 한나라당과 공조한 것은 공동정권 출범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향후 2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자민련의 이같은 행보를 「몽니」로 규정하고 강력히 성토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치개혁의 핵심조항으로 공동여당 수뇌부의 공개적 합의사항이었던 1인2표제가 자민련의 돌연한 태도변경으로 좌절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물론 자민련은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우리는 의원정수 10%선 감축, 1인 1표제 유지라는 당론에 따라 표결을 했을 뿐』이라면서 『민주당에 끌려다니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자민련 의원들은 민주당의 내각제 강령 배제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지지 등을 열거하면서 『신의를 지키지 않는 쪽이 어디인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고 반격을 가했다.

 이같은 양당 기류에 비추어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등을 계기로 불거진 2여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민련이 독자행보를 강행한 데는 「당의 오너」인 김종필 명예총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공조복원의 전도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김 명예총재가 이날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2여 공조에 관한 질문에 『「마오쩌둥(毛澤東) 비록」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 책은 지난 60~70년대 마오쩌둥이 홍위병을 동원, 문화혁명을 추진했던 과정을 소개한 책으로, 김 명예총재가 귀국 일성(一聲)으로 이를 거론한 것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문혁 당시의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측이 내각제 강령 문제와 시민단체 낙천·낙선 운동에 대해 근본적인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공조 복원에 선선히 응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자민련의 강공에 대해 민주당측이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가운데 1인1표제 유지로 양당 공조복원의 지렛대가 될 수 있었던 「연합공천」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국 득표비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므로 정당별로 1명이라도 많은 후보를 내세워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선거법 처리에서 등을 돌린 「2여」의 공조가 최소한 4월 총선 이전까지 복원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