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19호 출간 … 재조선일본인 화가 등 조명
인천문화재단의 격월간 아시아문화비평지 '플랫폼' 19호(2010년 1·2월호)가 나왔다.

19호는 '2009년 제2회 플랫폼문화비평상 당선작'을 실어 문화비평계의 주목할 신인을 소개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알려지지 않은 재조선일본인화가 가토 쇼린진의 작품세계를 살펴보고 있다. 재일번역가 김숙자씨의 '북한에 흐르는 한류'도 읽을거리다.

기다 에미코 오오타니대 문학부 교수는 오오사카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을 사랑한 화가-카토 쇼린진展'을 보고, 재조선일본인들이 처한 이중구조를 점검한다. 또 재조선일본인화가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일본 미술사학계의 관점을 비판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일제시대 조선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차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본 본토에 사는 일본인들로부터는 재조선일본인들이 "순수한 일본인이 아니다"라고 하는 차별과 멸시를 받았다. 일례로 가토 쇼린진(1898~1983)은 일제시대 조선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화단에 알려진 바가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 기다 에미코는 그의 작품 활동 지역이 일본이 아닌 조선이었다는 점 등 몇 가지를 뽑고 있다.

미술사학에서는 일본인 화가들이 그린 조선의 풍속이나 풍격을 그린 작품을 가리켜 '조선의 향토색',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의 발로'라 분석한다. 일본인 화가들의 작품에 나타는 조선은 목가적이고, 후진적인 모습이다. 이것은 일본인들이 조선에 일방적으로 부여한 이미지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조선의 풍속과 풍경을 주로 그린 가토 쇼린진의 작품에 대해서도 그러한 비판을 가할 수 있으나, 기다 에미코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이중구조에 놓인 재일조선인들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가코 쇼린진에게 조선은 타양이자 삶의 터전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로 일본인들이 조선에 대해 감동과 애정을 느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다 에미코는 재조선일본인들 역시 한국과 일본이라는 나라 사이에서 고뇌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카토 쇼린진이 화폭에 담은 조선의 땅, 사람들에 대한 감동과 애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플랫폼문화비평상 당선작도 눈에 띈다. 미술평론 분야에는 유종인 씨의 '진경(眞景)의 변모와 그 계보학적 미래-'오늘로 걸어 나온 겸재展''가, 공연평론 분야에는 박병규 씨의 '히키코모리, 우로보로스가 되다-연극 '다락방''이, 미디어평론 분야에는 현실이 갈구하는 여성 리더십의 판타지-TV드라마 ''선덕여왕'과 '시티홀''이 음악평론 분야에는 장유성씨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유재하가 남긴 것'이 각각 실렸다. 플랫폼문화비평상은 국내 문화비평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대근(한국외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은 허우범의 '삼국지 기행'을 읽고, 한국의 삼국지 열풍의 문화적 의미를 짚었다.

그에 따르면, 소설·연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삼국지가 전환, 전승되는 것은 본질적인 삼국지에 대한 어떤 그리움, 즉 '상상'이 있기 때문으로 파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에 대한 기대, 리더에 대한 희망, 더불어 민심이 천심이라는 상이한 이데올로기들이 얽혀 있는 '삼국지 기행'은 삼국지가 우리 삶의 복잡성을 품고 있는 텍스트임을 보여준다고 평한다.

/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